대구 달서구 용산동의 한 시장 길목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정미자(가명)씨가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오주석 기자. |
대구 달서구 용산동의 한 시장 길목에서 10년 넘게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정미자(가명)씨는 매년 늘어나는 원재료비 부담에 올해 붕어빵 가격을 인상했다. 붕어빵 조리대 앞에는 '붕어빵 2개에 1천원'이라고 적힌 종이박스가 위치해 손님들의 이목을 끌었다.
빵틀에 마가린과 반죽, 팥앙금을 차례대로 넣은 뒤 연이어 빵틀을 뒤집던 정씨는 물가 상승에 어쩔 수 없이 붕어빵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재작년엔 붕어빵 3개에 1천원을 받았는데, 작년에는 5개에 2천 원, 올해부터 1천원에 2개를 팔고 있다"며 "붕어빵을 데우는 필요한 LP가스는 물론, 반죽·팥앙금 등 재료비가 작년 이맘때보다 반절 가까이 폭등해 가격을 안 올리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성구 등 대구 시내에는 붕어빵 3개에 2천원이 넘는 곳도 있다.
실제, 붕어빵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40㎏당 대구 붉은 팥(수입) 도매가격은 27만3천원으로 평년 (19만3천333원)에 비해 41.2% 뛰었다. 1㎏당 밀가루 가격 역시 12일 대형마트 기준 지난해 1월(1천448원)과 비교해 22.2% 오른 1천769원이다.
이 같은 물가 상승에 대구에서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붕어빵 판매 장소를 문의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민 차동길(65·달서구 죽전동)씨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노점상에 대한 단속만 강화하지 말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의 한 분식점에서 어묵이 개당 1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또 다른 겨울철 간식 어묵도 개당 1천원대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동원F&B와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이 어묵 제품 가격을 평균 10% 올리면서, 대구 노점상에서도 어묵을 개당 1천원에 판매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는 것.
시민 김은영(27·달성군 다사읍)씨는 "추운 날씨에 힘을 불어넣어 주던 붕어빵, 어묵 등의 가격을 보고 물가가 많이 상승한 것을 실감한다"면서도 "그래도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가게 사장님들을 보면 아직까진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