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에서 660여㎡ 규모의 시설하우스로 화훼 도·소매업을 하는 김진규 대표가 하우스 내 등유 난방기를 조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 겨울은 유독 한파가 심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난방비 지출도 적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
"기름 보일러 값은 말할 것도 없고, 화목보일러용 장작 값도 올라 보일러 틀기가 겁나이더."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권형준(78) 씨는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등유·화목 보일러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권씨는 "기름 값이 많이 올라 화목보일러도 사용하는데, 이젠 장작값도 크게 올라 난방이 부담이 더 커졌다"며 "지난 설에 모처럼 모인 식구들을 위해 간만에 기름 보일러를 틀고, 전기 장판도 사용했다. 다시 채울 기름 값에 조만간 나올 전기세까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에 고물가까지 이어졌던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게만 느껴진 건 권씨 뿐만이 아니다. 강모(68· 봉화군 봉화읍)씨는 "집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양말까지 신고 지낸다. 밤에만 잠깐씩 보일러를 돌리는 데도 지난해보다 기름값이 훨씬 더 들었다"며 "생활비 대부분을 기름값으로 쓰고 있는데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망이 구축된 대구나, 대구 근교 시·군과 달리 경북 북부권 시·군의 면 단위에는 기름(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화목보일러, 연탄 난방 등을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지역 특성상 어르신 비율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한파가 잦았던 올 겨울엔 어려움이 매우 컸다.
봉화군 물야면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주로 낮에는 경로당에서 생활했다"며 "이웃들 사정도 비슷하다. 연세 많은 어르신이 기름값을 아끼려다 감기까지 걸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시설 재배 농가들에게도 고물가는 큰 어려움이다. 예천에서 660㎡ 규모의 시설하우스로 화훼 도·소매업을 하는 김진규(64)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달 기름 값만 250여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2021년 12월(170여만원) 대비 80여만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졸업식·입학식 등 각종 행사 취소된 상황이라 김씨는 빨리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사정은 딸기 재배농인 이모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2021년 비닐하우스를 등유 난방으로 바꿨다. 이씨는 "기존엔 하우스 내부 온도를 8~9도로 설정해왔는대 난방비 부담으로 현재는 7도에 맞춰놓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도 필요하지만, (고유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도 시급하다"고 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영주에선 산에서 땔감을 구하던 60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11시56분쯤 영주시 부석면 한 야산에서 벌목작업을 하던 A(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땔감을 구하러간 A씨가 돌아오지 않자 급히 찾아 나섰고, 산에서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씨가 벌목 중 나무에 깔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대한 한시적 등유 개별소비세 유예 등 대책도 시급하다. 지자체에선 자체적으로 긴급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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