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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준호 역 이동휘 "현실적인 공시생 모습에 상상력 한 스푼 더한 캐릭터"

2023-02-10

배역에 녹아들기 위해 데뷔 전 막막했던 감정 소환

있을법한 보편적인 상황 관객 공감대 형성에 집중

만화장면 따라한 듯한 찰진 애드리브로 재미 배가

일상과 맞닿아 있는 작은 이야기 다룬 독립영화 관심

'MSG워너비' 예능 가수활동도 연기생활에 시너지

[시네 토크]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준호 역 이동휘 현실적인 공시생 모습에 상상력 한 스푼 더한 캐릭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감독 형슬우)는 조금 특별한 형식의 이별 이야기다. 이동휘·정은채 두 청춘 배우가 연인으로 출연하지만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는 쏙 빠지고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지치고, 상처받은 연인이 인제 그만 사랑을 놓아버리고 싶은 고단함이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려온 감독은 이번 장편 데뷔작에서 이별에 방점을 둔 영화를 내놓았다. 헤어짐을 앞둔 연인을 중심으로 대체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지난 시간의 궤적을 되돌리고 있다. 배우 이동휘가 연기한 '준호'는 여자친구 아영(정은채 역)에게 얹혀사는 지질한 공시생이다. 그는 화가의 꿈조차 포기하고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여자친구에게 진지함은커녕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몰래 친구와 게임을 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준다. 꿈과 현실,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사실적 에피소드와 감칠맛 나는 대사로 버무려낸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의 개봉을 맞아 배우 이동휘를 만났다.

[시네 토크]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준호 역 이동휘 현실적인 공시생 모습에 상상력 한 스푼 더한 캐릭터

▶대개의 사랑이야기와 다르게 이별에 방점을 둔 영화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되었나.

"이 영화는 형슬우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이에요. 평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작품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이 영화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헤어진 연인이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만나는데 그 진지한 상황에서 담이 걸려 고개가 안 돌아가고 한쪽만 바라본다는 아이러니함이 어쩌면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이 장면을 표현해 보면 재밌을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이 났는데, 평범한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요소 한 스푼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할까요."

▶공시생 준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메이크업 연기를 했다. 영화에 나온 본인의 모습을 어떻게 보았나.

"(웃음) 제가 봐도 다소 충격적인 몰골이었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우가 정돈된 모습으로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가 가지는 현실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비주얼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밤에 혼자서 많이 먹고 얼굴을 팅팅 불리고 찍기도 했는데, 메이크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정작 화면을 보니 저 자신도 적응이 안 되어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더라고요. 아무쪼록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저 공간 어딘가에 준호라는 사람이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셨다면 다행일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듯하다. 어떻게 촬영했나.

"네. 이 영화는 평소 경험하기 힘든 일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에요. 연애를 할 때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되어 힘들었던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일이고, 그런 면에서 제작진과의 소통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장르영화처럼 과도한 설정이 들어간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들과 감독님, 배우 등 너 나 할 것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 놓으면서 빌드업을 했어요."

▶애드리브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는데 어떤 장면이 있었나.

"극중 준호가 안나(정다은 분)와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이 있어요. 워낙 장난기가 많아 만화적인 상상력을 관객들과 공유하면 현실과 비현실의 밸런스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치 '와호장룡'의 한 장면처럼 온몸을 날려버렸죠."

▶현실 연인의 이별을 실감 나게 그렸는데 어떤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나.

"어떤 타깃을 생각하고 촬영한 작품은 아니에요. 아마도 극장에 오시는 분들은 포스터가 주는 느낌, 또는 배우들의 조합이 궁금해서 찾아오실 분들이 많을 거에요. 개인적으로 영화라는 것이 버스 정류장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어느 지점에서 꼭 버스를 타세요'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 살다가 한 번씩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추억하고 회상도 하면서 감성에 젖어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준호와 아영의 이별은 영화를 보는 관람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나.

"저는 준호가 수동적 사랑을 하고, 결국 이별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준호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고, 살면서 현실의 두터운 벽을 느끼며 조금씩 변해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고집하고, 나만이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 결국 상대방을 조금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준호를 통해서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호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준호가 사실 이 상황을 원해서 사는 것은 아닐 거예요. 저도 데뷔하기 전에 준호가 느꼈을 막막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상황 때문에 발표를 기다려야 하고, 도전을 기다리고, 오디션을 봐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어쨌든 모두가 겪는 청춘의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준호와는 달랐지만. 상황 자체는 제게 너무 익숙한. 그런 면에서는 연기하는 데서는 빨리 끄집어낼 수 있었던."

▶시사회 등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영화 내용이 준호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탓인지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토막토막 잘라놓고 봤을 때 각자 다른 지점에서 정말 자기 얘기 같다고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어떤 분은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더라고요. 각자 영화를 보면서 자기만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이 배우에게는 재밌는 경험이라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정은채 배우와 호흡은 잘 맞았나.

"정은채 배우는 마치 미술관 초상화에서 걸어 나온 듯 우아하고 고혹적 자태를 가진 분이었어요. 정말 아우라가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는데요. 은채씨와 아영의 감정에 미세하게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리얼하게 다뤄보자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은채씨 덕분에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던 듯해요."

▶드라마 '카지노'의 반응이 높은데 조만간 공개될 시리즈 2부에서의 연기를 기대해도 좋은가.

"최민식 선배님과 카지노를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배움을 받은 것 같아요. 장면해석을 놓고 지속적으로 얘기를 나누는데, 선배님은 "결국은 우리가 이걸 연기로 해내야 돼"라고 한마디 해주셔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에 연기자로서의 모든 것이 응축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맡은 정팔이 앞으로 주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패션, 예능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는 듯하다. 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

"당연히 제 본업은 연기에요.(웃음) '놀면 뭐하니'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처음 섭외를 받을 때는 20분만 와서 노래하면 된다고 해서 갔는데, 그리고 4개월 동안 방송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음악 중심, 가요대제전까지 나갔어요."

▶연기자로서 예능 등 타 분야 아티스트와의 만남이 시너지가 되나요.

"연기와 음악은 매우 유기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실제로 요즘 '범죄도시4' 작업을 하면서 에미넴의 공격적이고 분노에 찬 랩을 들으며 활동을 준비합니다. 예능 활동을 해보니까 정말 가수분들이 쉽지 않게 노래를 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지금은 제 노래가 없이 커버곡을 부르고 있지만, 나중에는 제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연기자들이 혼자 활동한다면 예능은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차이가 있죠.

"배우 일을 하면 사실 각자도생이고 결국은 혼자예요.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하더라도 작품을 마치면 또 각자의 길로 떠나거든요. 요즘 MSG워너비로 활동을 하는데 멤버분들 한 분 한 분이 각자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이에요. 형님들이 가진 지혜를 공유해 주시는데, 그런 분과 함께 하다 보니까 너무너무 행복하고 배울 점도 많아서 진짜 든든합니다."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현재 범죄도시4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주 순탄하게 촬영 중인데, 아마 3월쯤이면 끝날 것 같아요. 범죄도시 촬영을 하면서 머리가 꽤 많이 자랐어요. 가발을 쓰면 어색하기 때문에 직접 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에 작품을 끝내면 시원하게 이발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 배우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요.

"몇 년 전 '국도극장'이라는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작품이 많아지고, 배우들도 상업성 짙은 영화에 몰리기도 하는데 저는 약간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선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를 통해서 그런 부분을 조금 많이 해소한다고 할까요. 결국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최고로 노력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여겨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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