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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 정치권의 '갈등'

2023-03-23
[취재수첩] 우리 정치권의 갈등
서민지기자〈정경부〉

정치 출입을 하게 된 지 오늘로 1개월 2주가 됐다. 운 좋게도 오자마자 정치권 '빅 이벤트'인 여당 전당대회를 경험할 수 있었다. 후보들이 너도나도 '보수의 종가'로 불리는 대구를 찾아준 덕분(?)에 취잿거리가 차고 넘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감이 부쩍 올라왔다. 후보를 막론하고 말꼬리 잡기식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계파 갈등을 벌이기 일쑤였다. 당을 아우를 지도부를 뽑는 선거에서 '내 편'만 똘똘 뭉치게 만드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네거티브 수위는 점점 거세진 반면, 정책 의제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당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 대구 엑스코 합동연설회가 결정판이었다. 이미 후보들끼리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었지만, 각자 연설을 통해서 만큼은 자신의 비전을 논해줄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설파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지자들 구미에 맞는 발언만 골라 표몰이만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후보가 다수였다. '청년'이라는 싱그러운 명패를 달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던 후보, '나'를 홍보해도 모자랄 시간을 상대를 헐뜯는 데 할애하던 후보가 기억에 남는다. 일부 후보가 강성 보수층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의미하게 쏟아내는 과격한 발언들은 솔직히 듣고 있기 거북했다. 결과적으로 갈등만 남았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 양극화'다. 기초단위인 정당에서조차 갈등과 분열에서 비롯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 하물며 전체 정치권에 대해 말해 무엇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최근 전대를 통해 여당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일 뿐, 현재 내외부적 요인으로 내홍을 겪는 야당도 딱히 할 말은 없다.

대학 시절 들었던 행정학 조직론 수업에서 교수님은 갈등이 절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전적으로는 갈등을 나쁜 것으로 인식했지만, 현대로 올수록 순기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적정 수준의 갈등은 조직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는 학자의 견해도 있었다.

그런데 학자들이 논한 '갈등'과 우리 정치권에서 통하는 '갈등'은 서로 다른 개념 같다. 순기능이 발현될 수 있는 구조이기는 할까. 혁신은커녕 오히려 갈등 상황을 이용한 갈라치기로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만들어내기만 한다. 이미 뿌리내린 '정치 관습'의 타개책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서민지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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