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달서구 개구리소년 관련 행사 열지만 시민들 '무관심'
시건 이후 아동보호 관련 법 제·개정 이뤄져…"지속적 관심 필요"
26일 대구 달서구 성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32주기를 맞았지만, 와룡산 선원공원 안에 마련된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를 알고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동현 기자 |
26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내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 앞.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32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인근 산비탈에 주차된 차량 외에는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등산로에서 내려오던 시민 최모(59·대구 북구)씨에게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와룡산 등산을 자주 하지만 저쪽에 개구리소년 추모비가 있는 줄은 몰랐다. 오늘이 그날이구나"라며 안타까워 표정만 지었다. 드물게 옆을 지나는 시민들도 추모·안전비 위로 '27일 추모식'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음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32년 전인 1991년 3월26일 대구 성서초등에 다니던 다섯 명의 아이들은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와룡산에 오르기 전 마을 주민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실종 11년6개월만인 2002년 9월 아이들은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전 국민적 관심 속에 경찰은 단일사건 최대규모인 연인원 35만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했으나 결국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당시 도롱뇽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며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대구시는 실종 30주기를 맞은 2021년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를 와룡산 인근 선원공원에 건립했다. 비석은 5명의 실종아동을 추모하고 고령의 유족을 위로하는 한편,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됐다. 달서구청도 매년 개구리소년 실종일에 맞춰 '아동보호 주간'을 운영 중이다. 올해도 지난 20일부터 아동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개구리소년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알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아동보호 주간을 열고 있지만, 일반 시민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달서구민 장모(29)씨는 "공무원이나 관계자들만 알고 있지 일반 시민은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오래 전 사건이라 청년층에게는 흥미로운 방송 소재로밖에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58)씨는 "지자체에서 여러 행사를 개최해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일반 시민에게도 잘 알려질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기발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건 진상규명에 힘쓰고 있는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에 따르면 개구리 소년 사건 이후 △실종아동관련법 △범죄피해자구조법 △공소시효 폐지 △사전지문 등록제 등이 시행됐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법 제·개정으로 수많은 실종자를 체계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인 아동·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아동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개구리소년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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