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MBC 100분 토론서 유시민 작가와 '맞짱 토론'
"초보 대통령 뽑아놓고 3김 정치 하라는 것은 난센스"
"민주당, 수사받는 사람 대표로 뽑은 게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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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가 9일 MBC100분토론 1천회 특집에 출연해 '맞짱토론'을 벌였다. |
홍준표 대구시장이 소통 부족 비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정치력 없는 초보 대통령을 뽑아 놓고 노련한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와 같은 대화와 타협을 해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홍 시장은 9일 MBC '100분 토론' 1천회 특집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와 '맞짱 토론'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이날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되짚으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홍 시장의 발언 배경은 정치권에서 제대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책임이 국민의힘과 대통령에게 주로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홍 시장은 "대통령 지지율 때문일 것"이라며 "국민이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면서 왜 그 탓을 하나. 이왕 뽑았으니 도와주고 밀어줘서 대통령 스스로 잘하도록 만들면 된다. 지금 와서 어떻게 물릴 거냐"고 했다.
유 작가는 "토론이 안 이뤄진다는 건 대통령이 우리 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는 거다"라며 "정치 경험이 일천하고 행정 경력도 검찰밖에 없는 분이다. 도와줘야 하지만, 전제 조건은 잘하려고 마음먹고 지혜를 모아야겠다는 (윤 대통령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또 "그런데 대통령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걸 알고 있는지도, 해법을 고민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사진은 술·음식 관련된 것만 나오고, 대통령실 사진은 SNS에 올릴 것 같은 영부인 사진만 올라온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상의를 하느냐는 유 작가의 질문에, 홍 시장은 "나는 대구 시정만 하면 되지"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절대다수 석을 쥐고, 대통령 당선 뒤 정부조직법 한 번이라도 도와줬나. 뭘 해보려고 해도 하나도 안 도와준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오로지 자기 당 대표 방탄만을 위하는데 대통령 입장에서 (검찰이) 계류 중인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하겠나. 그런 판에 아무것도 안 도와주는데 못 한다고 한다. 국회에서부터 도와줘야지. 수사받는 사람 당 대표로 뽑은 게 잘못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게 많으니 '수사 문제는 논외로 하고 말해 보자'고 할 수 있지 않나. 만약 홍 시장이 대통령이라면 '한번 보자'고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현 정국에 대해 "무신정권 시대"라고도 했다.
한일외교에 국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목소리에 홍 시장은 "대통령이 굴욕외교라며 지탄 받을 것을 생각 안 했겠나"라며 "(국제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그런 결단할 수 있다. 하고 싶어서 굴욕적 행동하고 왔겠나. 대통령의 '통치행위'란 그런 것이다"라고 변론했다.
홍 시장은 정부와 여당을 감싸면서도 야당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막후 정치'도 제시했다. 홍 시장은 "참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꼬인 게 야당과 대화해서 타협하면, 국민이 '기소한 것을 봐줄 테니 우리 부탁을 들어달라'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어 섣불리 손을 못 내미는 것 같다"며 "원로들이라도 나서서 '막후 타협'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 요즘은 매일 아침 마이크 대고 서로 욕질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니 타협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차기 대선 출마 여부 질문에 "3년 후 답하겠다"고 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홍 시장은 대구시정과 관련, "전 잘하고 있다"며 "대구시가 몰락한 지가 30년이고, GRDP는 17위다. 일제강점기까지 서울, 평양에 이은 전국 3대 도시였던 대구가 지금은 남한에 한정해도 인천에 밀리는 4번째 도시인데, 대구시가 벌떡 일어서는 기반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토론의 달인'이자, 대구 출신인 두 사람의 토론은 4년 만에 성사됐다. 4년 전과 비교해 '공수 교대'가 이뤄진 만큼,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큰 기대에 부응하듯, 두 사람은 여러 논제에 대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며 치열히 맞붙으면서도 유머를 곁들여 토론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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