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등, 안전표지 가리는 현수막 설치 금지
국민의힘, 민주당 "가이드 라인 준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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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설치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현수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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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구 동구 큰고개오거리 교통섬에 빈틈없이 걸린 현수막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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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현수막 설치 관리 가이드라인 내용 <행정안전부 제공> |
대구에서도 '현수막 공해'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정당현수막 설치 관리 가이드 라인'을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이드 라인에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설치 금지 △교통 신호등이나 안전표지를 가리는 현수막 설치 금지 △보행자 통행 장소 및 교차로 주변에 2m 이하로 설치 금지 △가로등에 2개 초과해 설치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정당 현수막 설치 시 현수막 지정 게시대나 정치 현수막 우선 게시대에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정당 외 단체명이 표기되거나, 당원협의회장이 아닌 일반 당원 이름이 표기된 현수막 설치도 금지했다.
정당 활동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 현수막에 신고 절차와 설치 장소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옥외광고물법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시행됐지만,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정당 현수막 안전사고 8건 중 6건은 낮게 설치된 현수막 때문이었다. 신체 일부가 걸려 낙상사고가 발생했다. 2건은 다수의 현수막이 설치된 가로등 전도로 인한 사고였다.
가이드 라인 시행 하루를 앞두고도 대구 시내 곳곳에선 여전히 정치 현수막들로 도배돼 있다.
7일 수성구 범어동 한 네거리에선 국민의힘이 '한미정상회담 역대급 성과'라고 써 붙인 현수막 아래, 더불어민주당의 '글로벌 호구 입니까?' 현수막이 내걸렸다. 만촌동 한 네거리엔 국민의힘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는 현수막 건너편에 민주당의 '무너진 민생, 추락한 경제' 현수막이 펼쳐졌다.
동구 검사동의 한 네거리 민주당 치적을 홍보하는 현수막 대각선 방향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명의로 된 '탈당하면 뿌린 돈 봉투가 사라집니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범어동 도롯가 가로수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내려앉기 직전인 현수막도 목격됐다. 동구 큰고개오거리 교통섬엔 나무와 전봇대를 활용한 현수막들이 빽빽하게 걸리면서 운전자들은 반대편 교통상황을 살펴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시민들은 '현수막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한모(35·대구 수성구)씨는 "실생활에서까지 정쟁을 느껴야 한다는 게 힘들다. 원색적이고 조롱하는 표현도 피곤하다. 걷다 보면 낮게 설치된 현수막이 신호등이나 교통표지판을 가릴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모(여·42·대구 동구)씨는 "상대 정당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다르다는 식으로 어필하는 현수막이 대부분인데, 사실 '그 나물에 그 밥' 같아 보인다"며 "오히려 유권자들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자체는 구속력이 없어 정당들의 자체적 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 각 정당들은 정부의 가이드 라인을 최대한 따르겠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가이드 라인에 맞게 각 당협에 협조 공문을 다 보냈고, 이를 지키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특히 교통 문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특별히 12개 지역위원회 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대구시도 칼을 빼 들은 상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0일 SNS를 통해 "대구 시내 무분별한 현수막 공해를 막기 위해 시내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치인들이나 정당들의 현수막도 교통방해가 되거나 어린이 스쿨존 등에 설치된 것은 철거한다"며 "정책 선전이 아닌 비방, 자기가 한 일도 아닌데 한 것처럼 허위 선전하는 경우도 즉각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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