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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산동 헌책방 골목 명맥 끊기나?

2023-05-17

70년 역사 월계서점 경영난에 매물 나와

"코로나때 매달 적자, 고작 3만원 버는 날도"

남산동 다른 서점, 오후 4~5시면 문 닫기도

70여년 동안 대구 남산동 헌책방 골목을 지켜 온 월계서점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 

대형서점과 기업형 중고서적 전문서점의 공세로 남산동 헌책방 골목의 명맥마저 끊길 위기다.

 

평일 오후 찾은 월계서점은 한산했다. '70년 역사의 명문서점-월계서점을 팝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만이 입구에 덩그렇게 세워져 있었다. 무인서점으로 운영되면서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각종 고서와 참고서, 무협지, 만화책,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사회과학 서적 등 20여만권의 책이 나름의 분류표 대로 가지런히 정리된 채 서점을 지킬 뿐이었다. 가끔 손님들이 드나들었지만 책 구경 만하고 곧장 문을 나서기 일쑤였다.

 

월계서점은 차석규씨가 1954년 6월 30일 남산동에 개점한 헌책방이다. 차씨의 친척이 2대 사장으로 운영하다 2015년부터 김기철씨가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 때는 매달 적자였고 지금도 하루에 책을 구입하는 손님이 10~15명에 불과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영업하지만 고작 3만원을 버는 날도 있다. 한달 매출로 월세와 책 구입비, 각종 세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독서모임에 공간을 빌려주고 손님들이 편하게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무인서점으로 운영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며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버텨보겠지만 이마저도 기약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점이 팔리지 않으면 김씨는 궁여지책으로 책과 함께 민속품이나 골동품, 고미술품을 같이 파는 가게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

 

남산동 헌책방 골목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 하나둘 서점이 들어선 후 1970년대에는 24곳이 운영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좌판까지 합치면 50곳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 곳곳에 대형서점이 들어서고 기업형 중고서적 전문서점까지 가세하면서 지금은 고작 4곳(대도·월계·해바라기 서점, 코스모스북)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월계서점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서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 날 찾은 해바라기 서점은 오후 4시인데도 문이 닫혀있었다. 안내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장사가 안돼 일찍 문을 닫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도서점 주인도 "요즘 어떠세요?"라는 말에 "손님이 거의 없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김기철씨는 "남산동 헌책방 골목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대구의 역사적 자산이자 문화거점이다. 부산의 보수동 책방 거리처럼 대구시와 구청에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중고서적 문화가 사라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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