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역임한 정준모 미술평론가 주장
"근대기 대구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봉진의 작품"
"아호'긍석' 때문에 오해..옛날에는 좋은 아호 여러 사람이 쓰기도"
김진만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최근 위작으로 판명된 '매화'<대구시 제공> |
대구미술관 소장품 중 위작으로 판명 난 긍석(肯石) 김진만(金鎭萬)의 '매화'가 위작이 아니라 다른 작가의 진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롭게 제기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재감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대구를 방문한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진만의 '매화'는 위작이 아니라 근대시기에 대구에서 활동한 조봉진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작품을 자세히 보면 '긍석'이라는 아호가 있고 '조봉진'이라 적힌 낙관이 찍혀있다. 긍석이라는 아호 때문에 김진만의 작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좋은 아호를 여러 사람이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이번 위작 논란은 단순 낙관 오독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위작이 아닌 다른 작가(조봉진)의 진품"이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조봉진은 대구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기록이 부족해 정확한 생몰년대를 알 수 없는 작가다. 낙관이나 화풍으로 봐서는 근대시기의 작가로 추정된다"며 "조봉진의 작품 중 '을유년'이라고 적힌 그림이 있는데, 이 작품을 볼 때 1885년에서 1945년 사이에 활동한 작가로 보인다.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또 "조봉진은 김진만과 비교해 예술적 역량이 큰 차이가 없는 작가다. 이번 위작 논란이 오히려 대구미술계 입장에서는 조봉진이라는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가 됐다"며"미술품 진위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지만, 대구시가 인문학적인 일을 사법적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매화'의 매입가 1천만 원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가격임을 감안 하면 낙관 오독에 고의성이 개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당초 '매화'는 대구 A 화랑이 김진만의 작품으로 알고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개인에게 판매된 것을 대구미술관이 다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낙관 오독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진만의 매화는 위작이 아니라 조봉진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
정평론가는 대구미술관 소장작품의 감정과정과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구시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림을 감정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눈으로 보는 안목감정 결과만으로 진위 여부를 가리고자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대구의 그림은 지역에서 잘 아는데, 이번 감정은 대구지역 전문가들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안다. 대구 작가들의 작품은 대구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평론가는 이번 위작 논란에 관련해 매도자에게만 책임소재를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란이 된 작품들은 대구미술관이 직접 검증하고 심의해 구입한 것이다. 위작 논란에 대한 책임을 작품 매도자에게만 돌리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위작 매도자의 고의·미과실 여부에 따라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진만의 '매화'를 비롯해 이복의 '그림 그리는 사람들', 서동균의 '사군자'가 최근 대구시의 대구미술관 특정감사에서 위작으로 판명 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달 중순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최종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