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축구,피아노,뮤지컬 등 예체능 영어전문학원 늘어
‘런, 킥, 고, 굿, 넥스트’뿐인데 영어학습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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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
"원이민이랑 수업하면 바디랭기쥐든, 콩글리쉬든 어떻게든 영어로 말하겠죠." 주부 이모(41·대구 북구) 씨의 아들(11)은 지난해부터 영어로 수업하는 농구 교실을 다닌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원어민 코치에게 농구의 기본기를 배운다. 수업료는 한 달에 13만원. 수업 시간에 영어로 말하는 게 원칙인데, 불쑥불쑥 한국어가 나온다.
영어 사교육 시장이 진화하면서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예체능학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체육이나 음악, 미술 등이 주된 수업이지만, 영어 교육을 앞세우고 있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포털사이트와 교육부 등에 확인한 결과, 대구지역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예체능 과목은 미술, 요리, 농구, 축구, 골프, 태권도, 배드민턴, 필라테스, 발레, 뮤지컬, 피아노, 바이올린, 보드게임 등이 있다. 대부분 영어학습을 전문에 내걸고 있지만, 홍보를 위해 특강 형식으로 주말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학원비는 일반 학원보다 30% 정도 비싼 수준이다. 달서구 A축구교실은 주 1회 10만원, 수성구 B골프아카데미는 주 1회 48만원, 북구 C태권도학원은 5만원을 추가하면 주말 영어체육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학원은 외국인이나 생활영어가 가능한 강사를 채용한 뒤 100% 영어 대화, 소수정예, 원어민 강사 등을 내세워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외국인 강사는 2020년 538명, 2021년 604명, 2022년 651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예체능을 영어로 배우는 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아이들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겠다고 간 학원인데, 강사 말을 알아듣지 못해 스트레스만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
한 학부모는 "미술은 선생님과 교감이 중요한데 영어로 수업을 하니, 아이가 많이 답답해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태권도나 농구 등 체육 종목은 '런(Run), 점프(Jump)' 등 비교적 간단한 단어 위주로 수업함에 따라 아이가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김은정 감성힐링코치아카데미 대표는 "보통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학부모가 아이를 영어예체능학원에 보보내는 경향"이라면서 "학원비는 비싼 반면, 배우는 영어 수준은 추임새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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