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입주물량 리스크 등 변수
상반기 신규 분양 사실상 전무
입주율은 85~90% 유지해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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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대구 분양시장은 신규 물량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암울했다. 그나마 입주 시장은 우려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대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발급받은 신규 분양 물량(모집공고일 기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미분양과 입주물량 과잉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로 신규 분양 사업이 계속 연기된 탓이다. 올해 1월 말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전면 보류선언을 했을 정도로 분양시장 환경은 침체됐다.
다만 달성군의 후분양 단지인 '대실역블루핀34'만 올 상반기 분양 단지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전 대구의 신규 분양 물량과 비교하면 최악이다. 지난 5월 모집공고를 낸 이 단지는 34가구를 모집했지만 1순위 청약 신청자가 3가구에 그쳐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0.09대 1을 기록했다. 2순위까지 합쳐도 10가구만 청약을 접수했다.
이에 올 상반기 대구 분양시장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0.09대 1이라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4일 대구 분양대행사 이룸엠앤디에 따르면 2017년 대구 분양시장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88.72대 1이었으나 2018년 48.58대 1, 2019년 18.4대 1, 2020년 21.78대 1, 2021년 3.38대 1, 2022년 0.31대 1로 급격히 떨어졌다. 급기야 올 상반기에는 소수점 이하로 고꾸라졌다.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전국 최다이다. 다행히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2021년 3월 153가구에 불과했으나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9월 1만539호로 1만 세대를 돌파했다. 올 5월 말 기준으론 소폭 감소해 1만2천733호를 기록하고 있다. 미분양이 줄어드는 것은 대구 분양 아파트의 계약 조건이 할인분양을 비롯해 중도금대출 무이자, 계약금 부담 완화, 계약 해지 보장제, 잔금 유예 등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영향이 크다. 일부 단지에선 장기전세 임대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입주 문제도 불거지지 않았다.
김시동 이룸엠앤디 부사장은 "올 상반기엔 분양이 100% 완료된 단지들의 입주가 진행되다 보니 그래도 원활하게 잘 이뤄졌다"면서 "입주 지정기간이 끝났을 때 기본적으로 85~90% 이상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하반기 대구의 신규 분양시장에 대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천여 세대의 후분양 가능성이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미분양·공급물량 과잉 등 현재 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신규 사업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 주택 시장의 경우 약보합 전망이 우세하고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올 들어 대구에 신규 분양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라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 심리가 완화된 측면이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대출금리 진정세 등의 여파로 시장에 거래가 늘고 있다. 하반기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리 추이와 오는 10월 쏟아지는 입주물량 리스크, 신규 분양 여부 등이 향후 대구 부동산시장 향배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으로도 움츠려져 있다. 미분양, 대규모 입주물량 등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엔 지금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추가 하락 여지가 농후하다"면서 "지금보다 미분양 물량이 30~40% 줄어야 시장 회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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