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특화단지는 4곳이나 선정
"내년 총선 염두한 선심성 아니냐" 의구심
초거대 장치산업 선택과 집중에서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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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산업단지에 있는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영남일보DB |
정부가 20일 제3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와 소부장 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열고 특화단지 12곳(첨단전략산업 7곳, 소부장 5곳)을 무더기로 선정하자, 내년 총선을 염두한 선심성 지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특화단지에 대한 선별성과 차별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경북의 경우 구미와 포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도권에서 경기 용인·평택(메모리·시스템 반도체)이, 비수도권에서 구미시(반도체 소재)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단 2개 특화단지로 인해 비수도권에서 구미시가 'K-반도체 벨트'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반도체 완제품은 수도권에서 웨이퍼 등 후방산업은 구미가 총괄하는 산업구조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구미시도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와 화학·방위 산업까지 첨단 기업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반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된 포항은 난감한 상황이다. 비수도권에서만 포항(양극재)을 비롯해 울산(셀, 소재), 청주(배터리 셀), 새만금(원료)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돼 과열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초거대 장치산업인 이차전지는 양극재와 셀, 원료 모두 하나의 과정으로 움직이는 만큼 기업 유치에도 선정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비수도권에서 포항이 이차전지 분야에서 압도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포스코 퓨처엠과 에코프로 등 관련 기업이 위치해 있고, 포스텍·한동대·가속기연구소·나노융합기술원·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세계적인 연구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또 포항에는 이차전지 재활용, 소재, 셀 등 모든 분야의 기업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고려해 정부가 선심성 특화단지 선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거대 장치산업인 이차전지는 반도체에 비해 아직 태동단계인 만큼 다양한 지역에 분산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산업이 국가 차원의 차세대 첨단기술 분야 주력 산업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선택과 집중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4개 지역 특화단지 간 불필요한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특화단지가 글로벌 혁신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차전지는 선정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원식 포항발전협의회 회장은 "포항이 이차전지 특화 단지로 선정된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왜 공모에 신청한 대부분 지역을 선정해주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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