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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대구 1호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

2023-08-11

달서구 진천동 나홀로 아파트 전세사기 의심 사건
지난 7월 대구서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
"행정적 조치와 형사 문제는 별개, 너무 허탈하다"
전세사기 임대인 자유롭게 일상 누리는 모습 분노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대구 1호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상담센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국토교통부장관의 직인이 찍힌 '전세사기 피해자 등 결정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경찰은 행정적 조치와 형사 문제는 별개라는 기조여서 너무 허탈했어요."


대구 1호 전세사기 피해자인 A씨는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나홀로 아파트의 전세사기 의심 사건(영남일보 2023년 6월1일 1·3면 등 보도) 피해자의 한 명이다. 지난 7월 14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됐다.


달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경찰 수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는 것은 행정적 혜택을 주는 것이지, 수사와는 상관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국내 행정 체계와 사법 체계가 제각각 따로 작동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문제의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해 임대 계약기간이 만료된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표를 맡아 전세보증금 반환에 앞장섰다.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해 달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A씨에 이어 이 아파트의 4세대도 이달 초 전세사기 피해자로 추가 확정됐다. 현재까지 이 아파트에는 A씨를 포함해 모두 20여세대의 세입자가 전세·반전세 등 '전세사기(의심)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전세 보증금은 2억8천만~3억4천만원이고, 총 피해액은 4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A씨는 "'형사 고소하면 한 집이라도 주겠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뭔가 되겠지' 했는데, 이젠 더이상 할 수 있는 일도, 희망도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같은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이 그나마 통장을 압류해 1천만원을 받은 게 고작입니다. 형사 고소를 해도,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해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돼도 전세보증금 반환의 길은 여전히 깜깜하기만 합니다. 소송으로 인한 추가 비용과 정신적 고통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박스 안에 갇혀있는데 뭘 해도 즐겁지 않고, 심지어 그 박스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A씨는 지난달 말 이 아파트의 피해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이상 이 피해사건에 몰두했다가는 인생이 망가질 것만 같아서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고 했다. A씨가 전세 든 아파트는 남대구세무서와 달서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소유자인 법인 명의의 세금 체납으로 압류돼 있는 상태다. 전세 입주한 뒤 5개월 지나 발생한 일이다. 종합부동산세·법인세·국민연금보험료·고용보험료·자동차세·재산세 등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고 나서 '조세채권 안분신청'을 했다. 조세채권 안분은 임대인의 전체 세금 체납액을 임대인의 보유 주택에 쪼개 배분, 주택 경매 시 조세당국이 해당 주택의 세금체납액과 분리 환수하게 하는 제도다.


A씨는 "법원에 조세채권안분 신청을 한 뒤 구청, 세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직접 찾아갔다. 법원에 신청하게 되면 구청 등에 다 전달된다지만 행정기관을 믿을 수 없었다. 일부 접수 담당자는 고자세였고 업무 파악조차 안된 탓에 되레 피해자인 제가 설명해 주기도 했다. 여러 번 수정 접수도 했다"면서 "가뜩이나 힘든데 산 넘어 산인 절차를 거치면서 더 지쳤다"고 했다.


피해자는 이 아파트에 살면서 고통을 계속 마주해야 하고, 가족의 일상이 무너져 내린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전세사기 임대인인 법인 대표는 너무 자유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단다. 자신의 명의로 된 빌딩 등 보유 부동산이 있지만, 세금을 체납해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에도 분노가 치솟았다.


"전세보증금 반환 의지가 없어요. 임차인에게 거주 아파트를 매입하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전세사기는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인데 수사기관을 비롯해 국가가 그 피해자에게 보여주는 역량이 미미합니다. 저금리 대출 지원도 좋지만 그보다 가해자가 재산을 숨겨 놓지 않고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강력한 경제·형사적 제재와 처벌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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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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