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국내 최초 베트남 타운 조성 추진
베트남 국가주석에 건의, 지난 6월 용역
봉화 창평리 '충효당' 베트남 이민자 성지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국내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오주석 기자 |
봉화군은 베트남 사람들과 '운명 공동체'를 꿈꾼다. 단순한 이웃사촌을 넘어 국내 최초 '베트남 타운'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국내 베트남 이민자들의 '성지'로 손꼽힌다. 봉화군이 베트남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인 충효당 일대는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중국의 책봉체제에서 벗어나 장기집권을 이룩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한국에 1천200여 명이 분포한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466호인 충효당은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 모습. 오주석 기자 |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한 황선화 씨는 "베트남 왕자를 기리는 유적을 한국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매달 커뮤니티를 통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라며 "연결고리가 있기에 베트남과 한국 간의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베트남 문화교류 캠프에서 도옥 루이엔(하얀 옷) 베트남공동체 대표와 참석자들이 봉화군 충효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
도옥 루이엔 주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 역시 열심히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한국에 온다"라며 " 충효당은 베트남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타운 조성이 추진되는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일대. 봉화군 제공 |
봉화군은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국가정책사업화를 건의했으며, 올해 6월 봉화 베트남 마을 조성사업 용역에 돌입했다. 봉화군은 봉성면 창평리에 베트남 타운이 완공되면 소비 증대에 따른 관광 교류 활성화는 물론 베트남 이주민 증가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경북도 최북단인 봉화군이 지역의 자립을 위해선 관광 등 부가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라며 "정착 이주민들이 지역의 경제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봉화군이 베트남 사업에 뛰어든 건 베트남의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1억명 이상의 인구에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 국가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평균 연령 44.5세인 한국보다 12살이나 어리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정도 상당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의 다문화 가구(1만5천58가구) 중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구는 4천 768가구로 가장 많다. 경북의 일상 깊숙이 베트남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충효당(忠孝堂)이 위치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마을 주변에 빈 집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오주석 기자 |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