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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윤석열 vs 이재명

2023-08-31 23:30
[이재윤 칼럼] 윤석열 vs 이재명
이재윤 논설위원

22대 총선 D-222. 묘한 '2'의 나열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총선이 다가온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여·야가 모든 걸 걸고 싸운다. '다 걸었다'는 건 결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선거 결과가 실제 여야의 명운을 가르는 일발필살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패하면 간판을 뗄 각오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면 윤석열 정부는 그 길로 레임덕 나락으로 떨어진다. 승패가 가려진 뒤엔 일진일퇴란 없다. 일방통행만 있을 뿐이다. 그런 싸움이다.


승부의 절반은 '윤석열 vs 이재명'에 달렸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국정 지지율' vs '이재명 사법 리스크'. 더 좁히면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을까? 이재명 대표는 총선 전 사퇴할까, 물러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게 관건이다. 권력은 집중을 선호하지만, 힘이 한곳에 쏠리면 그만큼 위험지수는 높아진다. 두 사람의 힘을 빼는 진영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게 확실하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관성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데 불행이 있다.


여당 위기설은 근거 있다. 임기 중간 총선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결정적 변수다. 대체로 45% 이상은 '안심', 40% 넘으면 '해볼 만', 30%대 중반은 '위험' 징조다. 정당 지지율은 높지만, 더 높은 정부 견제론과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 불길한 지표다. 20대 총선(2016년)을 보자.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33.5%)이 민주당(25.5%)을 크게 앞섰지만, 다수당은 뜻밖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39%·갤럽)이 발목을 잡았다. '조국 이슈'라는 절대 호재에도 21대 총선(2020년)에서 폭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60%에 가까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막혔다.


보수정당은 19대를 끝으로 총선에서 이긴 적 없다. 그 '마지막 승리'의 총선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솔루션'이 거기 있다. 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2011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정'(55%)이 '긍정'(37%)을 2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갤럽)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흡사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대승(152석)을 거뒀다. 어떻게? '미래권력'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전혀 가깝지 않았지만, 그렇게 윈-윈 했다. 현재의 불만보다 미래 가치와 손잡은 유권자의 선택이 놀랍다. 22대 총선 8개월 전, 그때와 닮은 지금, 어떤 인물을 앞세워 싸울 것인가.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 대통령 후광을 업은 당 대표가? 미래권력으로? 실현 가능한 순으로 열거했지만, 승리 가능성은 역순이다. 3(보수):3(진보):4(중도) 구도 하의 어떤 선거에서도 이념적으로는 중도, 지역별로는 수도권, 세대별로는 청년층, 이른바 '중·수·청'을 끌어안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운명을 결정한다면서 '중·수·청'에 강한 홍준표·유승민·안철수·이준석을 품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다면 바보다. 전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왜 윤석열 대통령만 보이나.


혁신위의 실패로 민주당은 쇄신 동력을 잃었다. 남은 반전의 기회는 한 번뿐.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이재명' 손에 있다. '이재명 1년'은 대단했다. 버티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러나 이건 개인적 평가다. '1특검 4국조'를 벼를 만큼 정부 여당의 실책이 차고 넘치는데도 지지율이 민주당으로 가지 않는 이유가 뭔가. 열에 아홉은 '이재명'에 원인 있다. 무기한 단식이 스스로 비켜 혁신의 길을 여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 혁신하면 압승인데 왜 지는 길을 가려 하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값진 '희생'이 필요한 순간이다. '질서 있는 퇴진'보다 '선한 의지의 결단'이 더 가치 있는 선택이다. 대안이 걱정인가.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할 사람에게 혁신의 칼자루를 쥐여 주면 된다. 설마 '옥중 공천'을 감행할 작정이라면 아서라. 역사에 그런 정당 없다. 수의(囚衣) 입은 장수가 총선의 얼굴을 자처한다면 '탄압의 상징'이 아니라 비웃음거리 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덕분에 살맛 나고, 민주당은 '대통령' 덕분에 승리를 꿈꾼다? 얼마나 못난 정치인가. 이런 정치는 바꿔야 한다.


정치 공학에서는 만능 치트키(Cheat Key·게임을 클리어하기 쉽도록 해주는 명령어)가 하나 있다. '희생(犧牲)'. 어떤 탁월한 재능보다 낫다. 19대 총선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20대 총선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길을 터 이겼다. 자기희생의 결실이다.

 

이재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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