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주연배우 강동원. '연기의 맛'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글로벌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주연배우 강동원. '연기의 맛'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글로벌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배우 강동원. |
올 추석 연휴 극장가의 최대 승자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이다. '천박사'는 연휴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개봉해 엿새 동안 136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같은 시기 개봉한 '보스톤 1947' '거미집' 등과도 무려 2배의 격차를 벌였다.
'천박사' 흥행을 견인한 배우 강동원은 어느새 활동 20년차를 맞은 40대 중견 배우다. 장인이 빚은 명품 도자기처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비주얼과 아우라로 영화계를 지키온 그는 '전우치' '검사외전' 등 출연작마다 수백만의 스코어를 빵빵 터트리기도 했다.
'천박사' 영화 시사회를 마치고 만난 강동원은 특이하게도 나이 들어감을 즐기고 있었다. 젊은시절 미처 소화할 수 없었던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미국 등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글로벌 활동을 넓혀갈 계획도 하나둘 실행단계에 있었다.
▶'천박사'는 웹툰을 소재로 한 김성식 신예감독의 작품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우선 소재와 시나리오가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그리는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구요. 코믹하게 시작해서 중간에 좀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반전이 생기면서 약간 장르적인 변화도 생기는 그런 과정들이 매끄럽고 기승전결이 확실하다고 느껴졌어요. 미술 콘셉트 자료도 봤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원래 웹툰 원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나요?
"네. 처음 시나리오 단계 때 얘기를 해줘서 알고 있었어요. 웹툰인데 컨셉트만 같고, 스토리는 완전 다르다고 했어요. 제가 웹툰을 보기도 했는데, 내용이 전혀 달라서 굳이 안 봐도 되겠다 싶어 다 보지는 않았어요. 저는 대본을 먼저 봤으니까 그냥 대본 본 대로 그 느낌대로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준비를 했어요"
▶대본을 보면서 '강동원을 위한 영화다' 이런 생각이 들었나요?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이거 제가 하면 재밌겠다라고는 생각했었어요. 제가 하면 약간 '전우치' 향수도 좀 묻어나면서, 어쩌면 '현대판 전우치' 같은 느낌이 조금 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신인 감독이라서 부담감도 있었을텐데?
"신인감독님들은 기존 영화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있어 좋은 듯 해요. 작품 시나리오에서 새로운 지점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또 감독님들이 에너지가 넘치는 부분도 있어 재밌고, 기대감이 커요. 약간 복권 긁는 느낌 같은 재미도 있고요."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만화적인 표현이 살아있다.
"저는 만화책을 엄청 많이 읽고 자랐어요. 어릴 적에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래서 만화적 표현 같은 걸 좀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퇴마사 역할을 맡았는데, 귀신을 믿나요?
"개인적으로 믿는 편은 아닙니다. 저는 종교도 없고, 직접 점 보러 간 적도 없어요. '검은사제들' 촬영할 때 무당 분들을 인터뷰 했는데, 그때 무당분들이 사주팔자를 봐주셨어요. 잘 된다고 하셔서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맡은 천박사 캐릭터를 보면 액션과 능청이 두드러진다. 어느쪽을 연기하는게 더 힘들었나요?
"둘 다 어렵진 않았어요. 이번 작품은 초반에 컨셉 잡고 준비하는 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액션이 힘들기는 했는데, 진짜 액션영화에 비하면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체력적으로 뛰는 씬들이 조금 힘들기도 했는데, 산속에서 혼자 뛰어가는 씬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통으로 덜어낸 것 같아요. 그렇게 뛰게 하더니…"(웃음)
▶시사회를 마치고 "배우로서 나이와 연륜이 느껴진다"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배우로서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면?
"캐릭터에서 성숙한 느낌이 들어서 한 말이에요. 정말로 경험과 세월이 어느 정도 얼굴에 묻어 왠지 사연이 더 있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이제 그동안 못했던 캐릭터들을 하게 될 텐데, 그 나이에 맞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거니까 기대가 돼요. 이제 진짜 아저씨 캐릭터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반대로 나이 들면서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이제 어린 캐릭터는 못하겠죠. 근데 어린 시절의 회상 씬 같은 경우는 CG의 도움을 받기도 하니까요. 지금 찍고 있는 영화도 과거 씬들이 좀 있는데, CG로 교정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도 있었나요?
"네. 두어번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 영화 시장이 점점 힘들어지는데, 무사히 넘어가면 좋겠어요. 최근 미국은 극장에 다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던데 한국도 극장에 사람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앞으로 펼칠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은데, 강동원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긴 세월동안 많은 작품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연기가 편해지는 걸 느껴요. 제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보완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자유로워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연기가 갈수록 너무 재밌어져요. 또 영화현장에서 한 곳을 목표로 모두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게 너무 즐겁기도 하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했는데, 혹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있는지?
"영화를 찍는 게 정말 즐겁다고 느낀 건 이명세 감독과 '형사 Duelist'(2005)를 촬영하면서에요. 그때 영화라는 게 진짜 마법이 일어나는구나, 카메라와 조명의 기법만으로도 매직이 일어나는 것을 알았죠. 그때 이후로 더 영화라는 장르에 집중을 했었어요. 이 감독님은 제 영화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생각을 하죠."
▶현실감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시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요즘 관심있는 이슈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현실감 있는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 제 세계에 갇혀 살면 연기의 균형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기후변화 같은 이슈에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영화계에도 적잖은 이슈가 있을텐데요?
"아무래도 극장에 사람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이슈인 것 같아요. 일부에서는 OTT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OTT 플랫폼이 생기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홈 시어터 시스템이 좋아졌다고 해도 극장만큼 좋아질 수는 없기에 영화관에 더 많은 관객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혹시 잘생긴 외모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못 생겼다 보다는 좋아요.(웃음) '연기 잘한다'는 얘기가 제일 좋을텐데…. 큰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연기를 못하면 그런 얘기도 안 나올 것 같아요."
▶20년차 배우가 되면서 촬영현장에서 가지는 무게감도 있을 듯 하다.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이제는 나이도 그렇고, 주연배우고 해서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위치가 됐거든요. 제가 기분이 안 좋아 있으면 후배들은 얼마나 불안할까요? 촬영현장에서 일단 최대한 기분 좋게 있을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원래 현장에서 늘 기분좋게 있는 스타일이라…"
▶배우 강동원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능하면 많은 작품을 남겨두고 싶어요. 글로벌 활동도 키워보고 싶어요. 어차피 배우가 됐고, 20년간 일했으니까 이제는 죽기 전에 전세계에 재능 있는 분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서 일해보고도 싶어요. 지금도 미국이랑 매니지먼트 계약맺고,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좋은 프로젝트 개발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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