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진비엔날레 프린지 포토페스티벌서 첫 개인전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깃든 사람, 동물의 형상에 매료
"플라타너스에서 노다지 찾아, 가족은 삶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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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갤러리 뉴웨이브에서 문순덕 사진작가(오른쪽)가 '플라타너스 나무 속 가족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분명히 사진전이라 해서 찾아왔는데, 사진은 안 보이고 난데없는 그림이 전시돼있나 싶어 잠시 의아했어요. 그런데 작가님 설명을 듣고 가만히 살펴보니 참 놀랍고도 신기하네요.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찾은 문양이 '가족 이야기'라는 사진으로 탄생한 작품을 보노라니, 마치 외국 명화전시회에 온 착각이 들 정도예요."
지난 9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갤러리 뉴웨이브에서 열린 '대구사진비엔날레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문순덕 개인전시회'에서 만난 차경아(58·달서구 성당동) 씨의 반응이다.
차 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로수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발견한 무늬는 희한하게도 가족들의 만남과 이별, 행복이란 감동적인 이야기가 스며있다"며 "파스텔톤의 색감은 자연에서 온 그대로라 그런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라고 했다.
사진을 시작한 1998년부터 한순간도 카메라를 잊은 적이 없다는 문순덕(64·달서구 용산동)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준작가, 2003년 사진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과 사물을 앵글에 담아왔지만, 5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깃든 사람과 동물들의 형상을 발견했던 희열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작가는 대구시내 곳곳을 누비면서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색감을 달리하는 플라타너스 나무 속 형상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작가에게 길 가던 행인들이 "나무에 뭐가 있어요?"라고 물으면 "사람들도 살고, 동물들도 살고 있답니다"고 말했다.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반응에 카메라 사각 앵글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문 작가는 "'신기하네. 우리 눈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우째 그런 걸 찾아내지요'라고 사람들이 말하면, 혼자 노다지를 캔 듯 행복하게 웃었다"라고 했다.
문 작가는 전시회에 대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이지만 혼밥, 혼술, 혼여란 단어가 자연스런 시대에 살고 있기에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반려동물도 이웃, 직장동료들도 넓은 의미의 가족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토닥이는 가운데 삶의 동반자로서 든든한 끈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 작가는 현재 영남일보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긴 머리 소녀, 공차는 소년, 부부, 엄마 품이 좋아, 아이를 업은 엄마, 화려한 외출, 혼자 떠나는 여행, 고뇌하는 아버지 등 총 29편의 플라타너스 속 따뜻한 '가족 이야기'는 1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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