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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상화시인상] 심사평 "명징한 언어로 그리는 일상적 존재의 현존"

2023-12-05

[제37회 상화시인상] 심사평 명징한 언어로 그리는 일상적 존재의 현존
지난달 26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37회 상화시인상 본심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엄원태 시인, 이수명 시인, 구모룡 문학평론가)이 본심에 올라온 시집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본심 대상으로 전달받은 시집은 모두 여섯 권이었다. 말하고 있는 내용도, 표현 방식도, 언어의 온도와 속도도 모두 상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대상 시인들이 모두 자신이 착목하고 있는 세계를 고유한 개성과 스타일로 원숙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은 일치했다. 한국시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실감하게 한 자리였다.

먼저 대상 시집들이 고르게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각 시집들이 이전 시집에 비해 변화한 지점과 변화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시집의 현재적 위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근화·김선우·안미옥의 시집들이 심사위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 시집의 특성과 매력이 집중적으로 이야기되었고 결국 이근화의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가 올해의 상화시인상으로 선정되었다. 근 이십 년의 시력에 이르는 동안 지속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상과 구체적 세계로 문제의식을 확장시켜 간 이근화 시인의 언어가 돋보였다.

이근화 시인의 시는 무엇보다 존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여기서의 자리는 일상과 생활의 자리를 뜻한다. 어떠한 내면적 상태에 점령되어 있더라도 존재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 일상 속에서 발견한다. 일상적 존재는 사물처럼 흘러 다니고 움직인다. 그래서 살아있고, 언제나 새롭다. 고통도 상실도 갈증도 바로 현존 자체가 된다. 경화된 의미나 관념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관념에의 경사가 없다. 명징한 언어로 그리는 일상적 존재의 현존은 염결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위태로우면서도 그 위태로움을 제어해 나가는 시인의 힘은 그의 언어가 이렇듯 일상과 세계로 열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본심 심사위원= 엄원태(시인)·구모룡(문학평론가)·이수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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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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