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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으로 송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덕수는 1·4 후퇴 때 여동생 막순을 업고 가족과 함께 흥남 부두 피란길에 올랐다. 북새통에 동생을 잃어버린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잘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배에서 내려 막순을 찾아 나섰다. 덕수는 졸지에 소년가장이 돼 부산 국제시장에 내던져졌다. 평생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덕수, 그리고 질곡의 피란 생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동생 막순을 만나고 말년에 온 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날의 풍경이 가슴을 적신다.
황혼의 덕수가 홀로 방안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아부지, 약속 참 잘 지켰지예. 막순이도 찾았고, 이만하면 나 잘 살았지예. 그런데…, 진짜 힘들었심더." 이때 아버지의 환영이 나타나 덕수를 안으며 말한다. "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안다. 내가 못한 거 니가 다 해줘서 진짜 고맙다." 불황의 어두운 터널, '코로나' 시련의 끝자락에서 덕수 아버지의 말을 빌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국제시장'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에는 늘 '국제시장 2'가 기다린다. 갑진년 대구경북 정치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변화는 새 일을 도모할 기회다. 기회는 균등하지 않으며 알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새해 벽두 TK에 몰아칠 첫 화두는? '물갈이'다.
#총선 물갈이 90%?='TK 물갈이 90%'란 흉흉한 소문이 전해진다.(장성철 공론센터소장) 이건 학살 수준이다. 이준석은 "영남 60명 중 40명을 칠 것"이라 했다. 대구에선 Y, C 의원만 안정권? 인요한이 콕 집은 '5선 주호영'의 거취부터 주목하시라. 물갈이 폭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기현의 퇴장과 한동훈 등판이 알리는 신호는 '보수 주류 교체'이고, TK에 던지는 메시지는 '물갈이'다. 한 발 더 나갔다. 한동훈의 '불출마' 선언이 무섭다.(홍석준 의원). TK에서의 새해 첫 행보(2일 대구)도 예사롭지 않다.
#역설= 이준석 신당이 TK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작다. 대구 출마도 '안 한다'로 기운다. 단, 역전의 배 한 척이 남아있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국민의힘 물갈이 폭과 연동된다. 폭이 클수록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물갈이의 역설이다. 벌써 지역 의원 2명이 이준석에게 전화했다는 소문이 돈다. 예상 못 했던 당 대표 경선 승리의 신화를 썼듯, 잘린 TK 현역이 우수수 뛰쳐나오면 이준석은 이준석을 다시 쓸 기회를 잡는다.
#루빈의 꽃병= TK 물갈이는 '루빈의 꽃병'과 같다. 꽃병으로 보이기도 하고, 마주 보는 두 얼굴로도 보인다. 이 그림에는 특이점이 있다. '꽃병'과 '얼굴'이 함께 지각되지 않는다. TK 정치권을 신인으로 가득 채우는 것에 환호하면 물갈이에 숨겨진 다른 그림을 지각 못 한다. '세대교체'로 포장한 '텃밭 TK 힘 빼기'의 담합이 숨은 그림이다. 이런 담합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는 물론 이효상·박태준·이만섭·박준규·김윤환·정호용·박철언·강재섭·장영철·이상덕 같은 강한 리더십 소유자들을 TK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허약체질 TK 정치, 이면엔 '물갈이'가 있다. 이번 총선은 '최후의 TK리더'에게마저 퇴장을 압박할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 된다. 나쁜 물갈이엔 저항하는 게 마땅하다.
논설위원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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