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가 아닌 '김밥(K-KIMBAP)'이란 타이틀로 당당히 첫 수출길에 나서 홈런을 친 '바바김밥' 제조업체 <주>올곧(구미시 산동면)에서 최홍국(41·사진) 총괄대표를 처음 본 순간 잠시 멈칫했다. 휠체어를 탄 모습도 있었지만,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는 밝은 얼굴 때문이었다.
고1 때 목을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22세 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스스로 직업을 가졌고, 지금은 월 매출 20억원, 종업원 수 250명 기업의 총괄대표(회장)가 됐다. 부친의 건설회사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냉동김밥은 각고의 노력 끝에 혼자만의 능력으로 성공시켰다. 사무실 보안시스템 작동을 위해 불편한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작동해 타는 모습에서 아직은 이르지만 '성공'이란 단어를 붙여주고 싶었다.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찾은 구미시 산동면 〈주〉올곧 공장은 직원 교대 시간 직후여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수출길을 열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대형 마트에서도 매진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냉동 김밥 제조업체 올곧은 오전 4시 공장을 가동해 다음 날 새벽 2시에야 일정이 마무리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냉동 김밥을 제조하고 있다. 하루 22시간 생산라인 가동에도 주문 물량의 3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냉동 김밥 아이디어부터 직접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까지 개발하는 등 올곧을 이끄는 최홍국(41) 총괄 대표를 만나 냉동 김밥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밥 원래의 맛 살리기가 핵심
냉동·해동 방법 실험도 거듭해
입소문 앞장선 교민들 큰 도움
유럽·중남미·동남아까지 수출
올해만 900억원 정도 주문물량
'김밥(K-KIMBAP)'이란 타이틀로 미국 수출길에 나서 대박을 터뜨린 '바바김밥' 제조업체 올곧 최홍국 총괄대표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여러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앞만 보고 돌파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올곧'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을 때 부친께서 장남인 저에게 운영하던 건설회사에서 함께 일하기를 원하셔서 시작한 게 지금에까지 오게 됐다. 건설업 특성상 출장이 많다 보니 식사를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때 '김밥을 냉동해도 원래의 맛을 낼 수 있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에서 2021년에 인기를 끈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도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냉동 김밥'을 수출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냉동 김밥은 어떻게 냉동하느냐보다 어떻게 해동하느냐가 핵심이다. 여러 종류의 김밥을 사서 냉동창고, 급속창고, 급속 동결기 등에 얼려 봤지만 김밥 원래의 맛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 끝에 냉동피자를 떠올리고 냉동 피자 공장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한 곳의 급속 동결기에서 시험해본 결과, 김밥 원래의 맛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냉동 아닌 해동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냉동 김밥은 해동이 더 중요하다. 최종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는 냉동 김밥은 해동된 김밥이기 때문이다. 냉동 방법을 찾은 뒤부터 해동에 올인했다. 처음에는 김밥 한 줄을 9조각으로 썰어 그대로 해동 트레이(플라스틱 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렸더니 바깥쪽 김밥만 해동이 되고 가운데 김밥은 그대로 얼은 상태였다. 그래서 4~5조각씩 2등분해 2단 분리 트레이로 실험을 했지만 결과가 비슷해 3조각씩 3등분한 트레이에 담아 해동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원래 김밥 맛과 거의 비슷한 맛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술(3단 분리 해동 트레이)은 특허(디자인) 등록돼 우리만 사용할 수 있다."
〈올곧 제공〉 |
▶'올곧'만의 기술력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
"특허를 비롯해 모든 것이 갖춰졌다고 판단, 2022년 4월 구상을 끝내고 설비투자와 공장 공사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 생산 라인을 갖췄다. 100% '된다'는 확신이 들어서 분명히 대박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설비를 다 갖춰놓고 유명 개그맨까지 모델로 내세워 유튜브, SNS 등에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시장 반응은 내 생각과 달리 냉랭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식품 관련 박람회는 거의 다 참가했고, 바이어들도 많이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다행히 미국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 기회가 됐다. 마지막 기회였다. 절실했다. 미국 수출에 모든 것을 걸었다. 회사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수출을 준비했다."
▶미국 대형 마트의 식품 입점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T사 납품의 최우선 조건은 미국 전(全) 매장 동시 판매 물량을 맞추는 것이었다. 냉동김밥 100만개(230t)를 생산할 수 있어야 했다. 다행히 설비 구축 당시 대량 생산을 염두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우리 회사 말고 국내에 다른 2개 냉동 김밥 제조 기업이 있었지만 급속냉동 방식이 아닌 일반 냉동방식이어서 대량 제조가 힘들어 우리가 낙점됐다. 하지만 납품이 쉽지만은 않았다. T사로부터 납품 계약 연락을 받고 같은 해 2023년 5월 첫 납품에 들어가 8월까지 230t 전량이 미국 모든 매장에 도착한 뒤 판매가 시작돼 선적 등 3개월 동안 가슴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무사히 전 매장 입고가 완료되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현지 교민들의 SNS를 통한 해동 방법 소개 등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올곧 냉동김밥 홍보에 노력해 주신 교민들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해외 대형 유통체인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는데.
"T사 말고도, H사에 이어 올해는 미국의 또 다른 대형 C사와도 납품 계약을 마친 상태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 C사에서는 올 상반기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입점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우리 냉동 김밥을 판매하게 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부 국가와 멕시코는 물론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도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쿠팡 등에 입점하고 있지만 수출 물량을 맞추려다 보니 국내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죄송하다."
▶주문량에 비해 생산량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공장 확장 계획은.
"올해만 금액으로 900억원 정도의 주문을 받은 상태지만,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3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바로 옆 공장을 매입, 건물 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제2공장은 생산라인이 2개인 제1공장의 두 배가 넘는 5개 라인을 계획 중이다."
▶몸이 불편한 것 같은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운동을 하다가 목이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후 휠체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 측지정보학을 전공한 뒤 스물두 살 때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해 관련 일을 했다. 스물여섯 살부터는 부친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일을 배웠다. 사고 후 26년이나 휠체어 신세이지만, 어머니가 저를 강하게 키운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냉동 김밥이 인기를 얻은 것은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도 여러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앞만 보고 무조건 돌파하겠다는 각오로 달려가겠다. 그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임성수 기자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