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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검털파리

2024-05-03

수 년전 여름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천봉산(경북 상주시)에 오르는데 소나무에 솔잎흑파리가 많이 붙어 있고 사방으로 날아다닌다"며 빨리 와보라는 것이었다. 소나무에 해를 끼치는 벌레는 흑파리가 아니라 혹파리라고 정정해 주고 현장에 나갔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등산로 주변 곳곳에 검은 몸뚱이에 검은 날개를 단 벌레가 수없이 날아 다녔다. 이건 솔잎혹파리도 아니고 검털파리다.


파리류는 몸에 털이 많고 날개가 1쌍이다. 곤충은 대개 2쌍의 날개를 갖는데, 파리는 뒷날개가 퇴화하여 작은 곤봉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곤봉은 비행을 할 때 평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평균곤(平均棍)이라 한다. 파리목 털파리과의 검털파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파리보다 몸집이 크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다. 보통의 파리도 혐오감을 주는데, 검은 망토를 걸친 것 같은 이 벌레는 움직임 마저 민첩하지 못하면서 옷이나 머리, 심지어 얼굴에까지 달라 붙어 몸서리 치게 한다.


검털파리는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은 아니다. 낙엽이나 땅속에 알을 낳으며 부화한 애벌레는 적당히 썩은 식물이나 짐승의 배설물, 채소의 뿌리 등을 먹고 자란다. 낙엽이나 기타 부식하는 유기물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이 벌레가 나올 수 있다. 겨울을 견딘 애벌레는 날이 따뜻해지면 성충이 돼 날아 다니며 짝짓기를 하는데, 올해는 습한 봄 날씨 때문인지 산속에서는 가는 곳 마다 성가시게 한다. 검털파리는 한 번에 300~50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따뜻하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 대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끔찍한 일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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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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