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훈·실신성 어지럼·평형 실조·현기증 총 네 가지로 분류
기립성 저혈압 등 원인 다양해…가장 흔한 질환은 이석증
대부분 환자 운동이나 생활습관 교정으로 초기 완치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중앙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재율 |
견디기 힘들 정도의 심한 어지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가 증가해 고령화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어지럼은 사회생활 위축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하면서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꼽힌다. 어지럼은 크게 4가지다. △자기는 가만있는데 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의 회전성 어지럼증인 '현훈'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실신성 어지럼 △중심을 못 잡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평형 실조 △어질어질하고 땅이 꺼질 듯한 느낌의 일반적인 현기증이다.
◆빙빙 도는 느낌
현훈은 말초성과 중추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귀나 중추 기관의 평형기능 이상으로 나타난다. 의식을 잃고 쓰러질 듯한,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의 실신성 어지럼은 주로 심혈관계 이상으로 나타나는데 기립성 저혈압, 부정맥 등에서 잘 생긴다. 중심을 잘 못 잡고 걸을 때 비틀거리는 어지럼은 아이러니하게도 어지럽지 않기 위해 복용하는 신경안정제 등을 장기간 복용할 때나 수면제 등에 의해 유발된다. 또 관절이나 근육 문제가 있을 때나 파킨슨병에서도 볼 수 있다. 어질어질하고 땅이 꺼지는 느낌 또는 붕 뜨는 기분의 현기증은 심인성으로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을 때, 공황장애 등에서 나타나는 증세다. 갑자기 병원을 찾게 되는 메슥거리고 빙빙 도는 회전성 어지럼은 대개 귀에서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인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물론 빈도는 낮다. 환자가 걱정하는 머리의 이상, 즉 중추성 어지럼증도 있긴 하다.
중추성 어지럼은 '말팔얼' 3가지와 두통을 기억하면 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며, 팔의 감각이나 움직임이 이상해진다. 얼굴이 비대칭이 되고 한쪽 얼굴이 비뚤어지며, 물을 마실 때 흘리기도 한다. 간혹 평생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일 이 3가지 말팔얼이 정상이고 특별한 두통도 없다면, 거의 귀의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으로 생각하면 된다. 어지럽더라도 혼자서 걸을 수 있다면 중추성 어지럼과는 더욱 관련성이 멀어진다.
◆가장 흔한 '이석증'
이석증이란 귀 안의 달팽이관, 그중에서도 이석기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이석의 일부가 떨어져서 옆에 있는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생기는 병이다. 사람은 먼지 크기의 이석 수십만 개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몸의 자세를 잡고 직선 가속도를 느끼게 해준다. 만약 이 이석 중 극히 일부인 수십 개의 이석이 떨어져서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면 뱅뱅 도는 어지럼증이 생긴다. 달팽이관이 떨어졌다 또는 빠졌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이석 몇십 개 또는 몇백 개가 빠진 것이다. 과거엔 나이가 들어서 생긴다고 했지만, 요즘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아주 흔해졌다. 전날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잤는데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때 또는 숙일 때 심하게 도는데 대부분 1분 미만의 어지럼이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좋아진다. 전정안구반사, 전정자율반사 때문에 눈이 뱅뱅 돌고 메슥거리거나 구토를 하게 되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가벼운 이석증부터 죽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심할 때도 있다. 치료는 이석정복술로 빠진 이석을 원래 제자리로 보내주면 된다. 마치 턱이나 팔이 빠졌을 때 끼워주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고리관이 아주 좁고 꼬불꼬불하거나 끈적한 이석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1~2회 치료로 끝난다.
◆편두통, 어지럼증 유발
편두통은 전체 인구의 10% 가까이 될 정도로 흔하다. 이 중에서도 10%, 즉 전체 인구 100명당 1명은 매일 두통약을 먹는다고 한다. 의외로 학령기 어린이나 청소년기의 어지럼 원인 중 가장 많다. 요즘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도 어지럽다고 내원한다. 대부분 전정 편두통으로 판정된다. 편두통은 뇌의 질환으로 신경혈관 이상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했다가 확장되면서 두통이 생긴다. 또 귀도 같은 원인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편두통은 뇌가 아주 예민하여 특히 빛과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편두통 환자에서 심한 어지럼증이 5분 이상 72시간까지 나타나고, 5회 이상 반복되면 편두통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치료는 생활습관의 교정이 중요하다.
◆최적의 치료 방법 찾아야
앉았다가 빨리 일어날 때 어지럽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기립성 저혈압인 경우다. 앉았을 때와 섰을 때의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는 20㎜Hg, 이완기는 10㎜Hg 이상 차이가 난다.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기절할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실제로 일어나다 넘어져서 다치는 수도 있다. 오히려 고혈압약을 먹을 때에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적절한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너무 급하게 일어나지 않게 하고, 물과 소금도 적당히 섭취하게 하며 하체 운동을 통하여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면 많이 좋아진다.
어지럼증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오랜 기간의 진료 경험도 중요하다. 너무 많은 환자가 약이나 주사에만 의존해 오히려 병을 키운다. 실상 어지럼 환자 대부분은 약이 필요 없고 적절한 이석정복술이나 운동요법,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 치료될 수 있다. 어지럼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완치시켜야만 만성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점점 더 스트레스가 많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어지럼증을 앓는 사람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갈수록 길어지는 미래를 고려하면, 어지럽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각자의 건강관리법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