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출신 작가 신작 장편소설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돋보여
캐릭터 감정선도 밀도 있게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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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작가 |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현직 기자 출신 소설가답게 특유의 현실감 있는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첫 장부터 마치 영화처럼 빠른 속도감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캐릭터들의 감정선까지 밀도 있게 담아낸다. 무엇보다 후반부에는 문학성 짙은 내용과 문장으로 작품의 주제를 섬세하고 진중하게 풀어나간다.
소설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1941년 6월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스탈린의 소련군은 서부에서 맥없이 무너지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모스크바 함락은 시간문제였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고민은 깊어갔다. 결국 스탈린은 동부 국경을 지키는 30개 사단 병력 중 절반을 서부전선으로 이동 배치해 독일군에 맞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독일과 동맹국인 일본이었다. 소련 동부 국경에 배치된 병력을 서부전선으로 돌리면, 그 공백을 노려 일본 관동군이 동부로 침공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동·서부전선에서 독일군과 일본군의 대규모 공세를 받는다면 소련 멸망은 자명했다.
그 무렵, 독일 언론인으로 위장해 일본에서 암약 중인 소련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가 극비 첩보를 전해온다. '일본이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군대를 남방으로 진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소련 동부 국경에 배치된 병력을 서부전선으로 돌리더라도 일본이 침공하지 않는다는 정보였다. 하지만 스탈린은 조르게의 첩보가 신뢰할 수 있는지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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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지음/이정서재/308쪽/1만6천800원 |
당시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극심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 고질적인 무기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수많은 독립 투사들이 광복군에 지원했지만 지급할 무기가 없었다. 고민 끝에 임시정부는 스탈린의 딜레마를 파고든다. 일본의 군사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위 관료 오자키 호츠미를 납치해 스탈린에게 넘기겠다는 제안이었다. 그 대가로 소련의 무기를 요구했다. 거래가 성사되면서 오자키를 일본에서 납치하기 위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도쿄 납치조'가 1941년 10월 도쿄로 급파됐다. 정예 전투 요원 3명과 미인계로 오자키를 꾀어 충칭까지 데려올 여성 요원 1명이었다. 하지만 미인계 요원으로 차출된 김지언과 전투 요원 서우진은 연인 사이였다. 임정 지도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미인계 작전'과 '연인 간의 사랑', 양립할 수 없는 화인(火因)을 안고 납치 특공대는 일본으로 들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납치조는 오자키 호츠미를 일본 도쿄에서 빼내는데 성공하지만 일경의 추적이 시작되면서 위험은 갈수록 커진다. 불행과 결단의 순간은 납치조를 더욱 곤경에 빠지게 한다. 그 과정에서 연인 사이인 김지언과 서우진은 '사랑'과 '조국'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절대절명의 운명 앞에 결국 예상치 못한 결말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의 줄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미인계를 이용한 일본 고위 관리 납치 작전이 골격을 이룬다. 하지만 단순한 독립운동 스토리가 아니다.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독립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마저 희생해야만 했던 연인의 운명을 통해 역사의 아픈 진실을 들추어낸다. 무엇보다 작가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조두진 작가는 "실제로 여주인공이 대단한 미인으로 설정돼 있지만 남녀 주인공을 가리지 않고, '당신은 이 소설 속 인물 중에 누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인물의 삶을 당신은 아름답다고 여기는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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