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대 전자책 독서율 58.3%
실용 추구 젊은층 특성 독서에 반영
유튜브 등 영상매체 시청 독서라 여겨
독서일상 공유 '북톡 챌린지'도 인기
지난 9일 오후 경기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잔디밭에서 열린 '북 피크닉' 행사가 열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디지털에 익숙한 요즘 젊은 세대는 책을 잘 안 읽을 거란 예상과 다르게 이들 사이에서 독서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20대가 1위로 74.5%, 30대가 68.0%로 뒤를 이었다. 오히려 디지털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독서 문화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전자책 즐겨 쓰고, 영상 시청도 독서로 여겨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선 SNS 등을 통해 책을 읽는 유행이 퍼지면서 독서가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로 독서 시장의 주류가 된 젊은 층 사이에서는 독서를 즐기는 색다른 방식이 생겨났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책을 찾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자책(e-book)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자책 이용률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0대 전자책 독서율은 58.3%로 2021년에 비해 7.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실용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정모(여·19)씨는 "학교와 집 사이의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긴데, 그때마다 학교 전자도서관 앱으로 전자책을 읽는다. 별도의 짐을 챙길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소지하고 있으면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무의미하게 보낼 수도 있는 시간에 독서를 즐기니 알차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tvN 스토리에서 설민석 강사가 진행하는 강독 '#책읽어드립니다' 시리즈. <유튜브 캡처> |
유튜브를 통해서도 책을 접하고 있다. 전형적인 독서 방식은 아니지만, 매체 환경의 변화로 독서의 범위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지면서 영상 시청도 독서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독서=종이책'이라는 공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규정한 방식으로 독서를 즐기는 것. 지난해 서울기술연구원이 서울시민 1천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서 실태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19.6%, 20대의 13.5%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 시청까지 독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 tvN 스토리에서 설민석 강사가 진행하는 강독 '#책읽어드립니다' 시리즈는 사피엔스, 인간관계론, 멋진 신세계, 데미안 등 여러 유명 서적을 다루는데, 인기 있는 영상은 300만회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27)씨도 출퇴근 시간 유튜브를 통해 책 요약 영상을 즐겨 본다며 영상 시청도 독서의 일부라고 밝혔다. 박씨는 "종이책을 읽는 것만큼 능동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책 줄거리를 접하고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많은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지식을 얻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꼭 활자를 읽는 것만이 독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얻는 정보의 깊이가 달라 정식 독서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책의 내용, 지식을 습득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영상 시청도 넓은 의미의 독서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SNS 활용…독서 일상 공유·모방하기도
이들은 독서 일상을 남들과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영상 플랫폼 틱톡에선 최근 해시태그 '북톡(BookTok)' 챌린지가 인기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작가나 책을 소개하는 등 책과 관련된 일상을 짧은 영상으로 올린다. 틱톡에 따르면 북톡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츠는 매일 1만9천400개씩 올라온다. 이 챌린지는 출판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영국출판협회(PA)가 16~25세 2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가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유명인이 추천한 책을 읽는 모방 독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지난 1월 보이그룹 NCT의 재민은 팬들과의 소통 플랫폼에서 '자존감 수업'을 읽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팬들의 책 구매 후기가 올라오고 전월 대비 판매량이 114% 증가했다. 오래전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1998년 첫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은 광고, 마케팅 없이 책 유튜버들의 추천 등 입소문만으로 역주행했다. 알라딘에 따르면 모순은 2014년부터 꾸준히 판매가 늘기 시작하면서 2020년에 전년 대비 2배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구매 독자 67%는 2030 여성이다. 얼마 전 모순을 구매한 조모(여·24)씨는 "소설이 읽고 싶어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많은 책 유튜버가 모순을 '인생책'으로 꼽아 구매했다. 읽어보니 추천이 많은 이유를 알 듯하다. 앞으로도 책을 구매하는 데 유튜버들의 영상을 어느 정도 참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특성이 독서 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라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원래 젊은 세대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더 그렇다. 인터넷에 무엇이 뜨는지 관심이 많고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며 "유명인이 읽은 책을 따라 사거나, 자신의 독서 일상을 올리는 등의 최근 독서 트렌드도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장수현기자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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