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책을 사랑한다. 고전 서적은 평생 소장할 인생의 길잡이라 생각해 무조건 구매하는 편이며 집 근처 맛집보다 도서관에 더 자주 간다. 혼자 사는 집 책꽂이에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한 책은 이제 100권이 넘는다. 친구들과 감상평을 나누는 일을 즐기며 쓸데없는 공상에 사로잡혀 자기 전에도 소설의 결말을 곱씹을 정도다.
그러던 중 최근 속상한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43.0%에 그쳤다.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보다 4.5%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종합독서율은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86.8%에 달했다고 한다. 30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워낙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니 씁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독서 장애요인으로는 24.4%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를 꼽았다. 스마트폰의 보급도 한몫한다.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도 23.4%로 뒤를 이었다. 어릴 적엔 길에서도 활자를 읽는 이들을 종종 본 적이 있지만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모두 소형 전자기기로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거나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런 통계를 봤을 때, 책을 멀리하는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였다. 태어날 적부터 인터넷을 접한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도 대단하다. 뚝딱뚝딱 터치 몇 번으로 양질의 정보를 빠른 시간에 얻어낸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다르게, 연령별로 보니 젊은 층에서 종합독서율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20대가 74.5%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68.0%로 뒤를 이었다. 40·50대는 각각 47.9%, 36.9%에 그쳤다. 이는 젊은 세대가 독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함께 독서의 개념과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종이책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 책 읽는 방식을 확장하고 있다. 전자책(e-book)을 즐겨 읽으며, 영상 시청도 독서로 여기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책의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도 넓은 의미의 독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독서 문화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인 만큼 SNS를 통해 독서 일상을 남들과 공유하는 일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들에게 독서는 이제 따분하고 재미없는 자기계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적이면서도 '힙한' 취미가 됐다. 기자도 MZ세대로 불리는 나이에 속하는데, 요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책과 관련된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서 문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판사 등 관련 업계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며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분위기다. 이에 이번 호 위클리포유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의 독서 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조현희기자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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