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상의 고물상 <2> 종이팩
비우고 자르고 씻어서 보관…1kg에 휴지 2롤로 교환
멸균팩과 일반 종이팩 구분해야하지만 현장은 '아직'
대구에서 2023년 지난 한해동안 종이팩 219.3톤 수거
취재진은 종이팩에 구멍을 뚫고 끈으로 꿰어 보관했다. |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가면 저울에 달아 무게를 달고 종이팩 1kg 당 두루마리 휴지 두 롤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2023년 한 해동안 멸균팩을 포함, 종이팩 219.365톤을 수거했다.
종이팩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자르고 세척해 보관·배출해야한다. |
지난해 1월부터 취재진이 구매한 종이팩 제품은 500팩 이상이다. 이 중 집에서 마시고 모은 것만 약 3kg이며, 사무실 등 가정이 아닌 곳에서 섭취한 것은 집계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펀치로 구멍을 꿇고 종이가방의 손잡이 부분을 떼어내 종이팩을 뀄다. '모아야 겠다'고 생각한 뒤 터득한 노하우다. 이렇게 한 덩어리로 만든 종이팩들은 보관이 쉽다. 겨울에는 곧바로 내부를 씻지 않고 하루나 이틀쯤 뒤에 모아서 한 번에 처리하면 되지만 여름에는 종이팩 안을 세척해야 냄새도 나지 않고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취재진이 5월31일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간 종이팩. 1.1kg가량 된다. |
일반 종이팩과 멸균팩은 다르다. '우유팩'과 '두유팩'이라고 생각하면 구분이 쉽다. 멸균팩은 일반 종이팩에 알루미늄을 접합해, 산소나 자외선을 막아줘 우유, 두유, 주스 등을 장기유통하게 해주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포장재다. 종이팩은 안쪽이 3겹으로 코팅돼있다. 멸균팩은 종이, 알루미늄 포일, PE등의 소재로 6겹의 소재로 돼있다.
멸균팩은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을 한 덕분에 산소와 빛, 습기를 완전히 차단해 상온에서도 최소 6개월간 내용물이 변질되지 않는다. 이런 장점으로 플라스틱 용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2014년 멸균팩 출고량을 전체 종이팩 중 25.3%, 2022년 에는 43.9%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반팩보다 멸균팩이 더 많이 출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취재진이 행정복지센터에 종이팩을 가져다주고 받은 두루마리 휴지 2롤. |
정부도 종이팩, 특히 멸균팩 재활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멸균팩 재활용업계와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환경부는 멸균팩이 고부가가치 종이와 위생용품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게다가 해외처럼 멸균팩을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는 정책적 지원과 제도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일반종이팩과 멸균팩을 구분하지 않는다. 취재진이 방문한 행정복지센터를 포함, 일선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멸균팩을 종이팩의 범주로 보고 함께 수거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한 주민은 "두 종류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취재진이 종이팩을 배출하고 받은 두루마리 휴지는 세 겹으로 된 27m 길이의 제품이다.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휴지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박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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