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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사회부장 |
"딱 세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우선 국제공항이 있습니까? 둘째 국제 항만이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해외 투자자는 이렇게 물어왔다고 한다. 이에 단체장은 "대구국제공항이 있고, 앞으로 이보다 더 큰 국제공항을 지을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동해에 위치한 포항이라는 중소도시에 영일만항도 있습니다. 인구는 약 550만명 정도 됩니다." 이랬더니 그 파란 눈의 투자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대구경북에 해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바이어를 만난 지역의 한 단체장이 당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이다. 사실 대구와 경북은 엄연히 행정 체제가 분리돼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질문 앞엔 TK를 하나의 도시로 설명한 것이다. '메가시티' 즉,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공항과 항만, 인구가 뒷받침되는 큰 도시가 돼야 한다. 물류를 위해선 하늘길과 뱃길은 필수 요건이다. 인구는 500만명은 돼야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팔아 먹을 게 있다고 본다. 200만명, 300만명으론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대구경북은 알다시피 대구공항을 확장 이전해 TK신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요즘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관측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포항 앞바다엔 영일신항만이 자리한다.
문제는 인구인데, 최근 마지막 퍼즐까지 맞출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TK 행정통합 논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쏘아 올린 TK 행정통합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흔쾌히 화답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적극 추진을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홍 시장과 이 도지사, 주무 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구시 교육감을 지낸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TK 행정통합을 위해 처음 만났다. 이른바 '4자 회담'이다.
이들의 합의는 명료하다. 2026년 7월 1일 대구경북통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그해 6월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통합 단체장 1명을 뽑는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범정부 통합지원단도 구성해 통합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행·재정적 특례도 부여할 방침이다.
대구경북이 합쳐지면 인구 492만명, 면적 1만9천921㎢에 달하는 그야말로 '메가시티'가 탄생한다. 2022년 기준 대구경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78조원으로 경기와 서울에 이어 전국 셋째였다. 인구나 면적, 경제력에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제3대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발판으로 수도권과도 경쟁할 수 있다. 변방의 TK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추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TK 통합은 국토균형발전의 신호탄도 될 수 있다. TK가 통합한다고 하면,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남북' '부산경남울산'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들이 거점 메가시티로 발전할 경우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합의가 우선이다. 4자회담에서 나온 기본 방향도 '대구·경북 합의안에 기초한 통합 추진'이다. 500만 시·도민이 공감하지 않으면 통합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통합의 당위성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시·도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더, 정치권은 제발 이번만은 딴지 걸지 말라.
진식 사회부장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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