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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꽃 꺾었으니 35만원 물어내"…80대 입주민 신고한 매정한 아파트관리사무소

2024-06-12

수성구 A아파트, 입주민 절도죄 신고
치매 초기 B씨, 아파트 화단서 꽃 한송이 꺾어
아파트 측 합의금 명목으로 35만원 요구
가족 항의하자 "법대로 하자"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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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꽃 한 송이를 꺾은 80대 할머니가 절도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10년 넘게 거주해 온 아파트 화단에서 꽃 한 송이를 꺾은 80대 할머니가 절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치매 초기 증상을 겪고 있는 이 할머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으로부터 수십만 원 상당의 합의금까지 종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대구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수성구의 한 아파트 주민인 팔순의 할머니가 지난 3월 단지 내 화단에서 노란 꽃 한 송이를 꺾었다. 화단에 핀 꽃이 예뻐 보여서다. 평소 당뇨와 함께 인지기능 저하 증세를 앓아온 할머니는 이후 청천벽력같은 일과 마주해야 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한 달여가 지날 즈음, 할머니의 집에 느닷없이 경찰관이 찾아온 것이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절도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화단에 꽃이 사라지자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은 이 아파트 단지 내 CCTV 등을 확인하고 할머니를 비롯해 3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꽃을 꺾은 3명은 모두 80대 이상 고령자였고, 이중 아파트 입주민은 할머니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측의 대응은 할머니를 더욱 서럽게 했다. 경찰의 방문에 놀란 할머니와 남편인 할아버지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절도죄로 신고되면 벌금 100만 원가량이 나올 수도 있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35만 원을 요구한 것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KTX 무임승차 시 30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 등을 거론하며 이 같은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을 꺾은 잘못을 인정한 할아버지는 사과와 함께 10만 원의 합의금을 관리사무소에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뒤늦게 접한 할머니의 딸이 관리사무소를 찾았고, 그제서야 관리사무소 측은 "합의금은 내도 되고, 안 내도 된다"며 말을 바꿨다.
 

일련의 과정에서 당뇨 증상이 있던 할머니는 당 수치가 평소보다 3배가량 높게 치솟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의 딸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지력과 판단력이 약해진 팔순의 노모에게 꽃 한 송이를 꺾었다는 이유로 기어코 절도범 딱지를 붙이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매정함에 무척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과와 함께 합의금(10만 원)까지 제의했는데도 거절한 관리사무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할머니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달 초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합의금은 민사 부분이어서 경찰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사안은 아니다"며 "절도 사건 경우 폭행처럼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건이 접수되면 검찰로 송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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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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