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사랑의 집' 랩 도입 화제
노인 치매 예방·건강증진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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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무료급식소 칠곡사랑의 집에서 어르신들이 신나는 율동과 함께 랩을 따라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
"우리는 랩 때리고 밥 묵는데~"
무료급식소 '칠곡사랑의 집'이 랩을 도입하면서부터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급식소에 랩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은 전국 최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부터 본격 운영됐으며, 빠른 음악에 맞춰 랩을 하기 위해 급식소를 찾는다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매주 월~금요일 11시 30분쯤 급식소 문이 열리고 1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자리에 앉으면 빠른 비트의 음악이 깔린다. 분위기는 젊은 시절 춤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한 어르신이 이끈다.
어르신들은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헤이 요~"를 외치고, 세월의 시계는 50년 전으로 되돌아 간다. 비록 짧은 5분의 시간이지만 랩을 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하다. 70대 중반의 한 노숙인도 랩을 적극적으로 따라하며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칠곡사랑의 집에 랩이 도입된 것은 지역에서 불고 있는'할매 랩' 열풍 때문이다. 칠곡군은 세계 주요 외신에서 'K-할매'라고 불리고 있는 평균연령 85세의 수니와 칠공주를 비롯해 다섯 팀의 할머니 랩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권차남(75·여) 칠곡사랑의 집 센터장은 "랩이 어르신들에게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희망 사항'이라는 제목의 랩 곡을 직접 만들었다. 또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르신들 지도를 위해 사비를 들여 전문 강사를 찾아가 랩을 배우는 열정까지 보였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이숙자(83) 어르신은 "랩을 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외로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명절 때 손주 앞에서 랩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데 랩 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도 나보다 어려운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불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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