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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률가이드] 안무저작권에 관해

2024-06-24

[기업법률가이드] 안무저작권에 관해
표경민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최근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의 안무가 '어도어' 소속 걸그룹인 뉴진스의 안무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해당 안무를 고안한 퍼포먼스 디렉터는 SNS로 불쾌한 심정을 표현했다.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안무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안무에 대한 법적 권리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안무는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 K-팝(pop) 안무의 저작물성 및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도 있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24. 선고 2011나104668 판결). 해당 사건은 걸그룹 시크릿의 '샤이 보이' 안무를 제작한 안무가가 댄스 학원을 상대로 '샤이 보이'의 안무를 강습하는 영상을 게재하지 말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당 안무는 '노래에 맞게 소녀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임을 이유로 안무의 저작물성을 인정했다.

이 안무를 그대로 재현해 댄스 강습영상을 제작한 행위는 안무의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댄스 강습 영상을 게시할 때 안무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침해라고도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각 안무 동작들은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안무 등 기존 안무들 중 이미 유사한 게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저작물성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무의 개별 동작들이 아닌 안무의 종합적 조합과 배열에 주목,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어떤 곡의 안무가 안무가의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한 법리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안무 저작권은 음악 등 타 저작물에 비해 충분한 인식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강국 실현 4재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도 안무 저작권의 저변확대를 위해 안무 저작권 보상체계 마련, 성명표시 개선권고를 새로운 과제로 지적했다.

안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근본적 이유는 법보다는 산업 논리이다. 대형기획사는 한 곡의 안무를 완성하기 위해 다수 안무가들에게 의뢰한다. 여러 안무가들이 제작한 안무 중 적합한 부분만 골라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다수 안무가들이 한 곡의 안무 제작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안무 제작 기여도를 산정해 수익을 분배하는 게 까다롭다. 음악 저작물은 3~4명의 작사·작곡가들이 한 곡의 완성에 기여한다. 기여도를 산정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과는 대조된다.

또한, 저작물에 저작자 성명을 표시해야 하는 성명 표시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다수 안무가를 표시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어떤 방식으로 안무가들의 성명표시권을 실현할지에 대한 논의도 원활하지 않다. 많은 경우 제작된 안무에 관한 권리 일체는 연예기획사에 귀속되는 방식으로 안무제작계약이 체결된다. 안무가들이 안무에 대한 권리의식을 갖는 게 쉽지 않다.

안무 저작권의 보호와 인식 제고를 위해선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고, 법적 제도 보완과 함께 산업 내에서 안무가들의 창작 활동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창작자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환경은 결국 K-팝 산업 전체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표경민〈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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