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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자업자득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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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 서울 정치부장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권 주자로 나선 후보자들은 표밭갈이에 정신이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필자가 국회에서 만난 상당수 의원들은 한 전 위원장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당권 도전은 아니란 반응이다. 차차기 당권 도전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4·10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비대위원장이 3개월도 되지 않아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이번 도전은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 108명 의원들이 합심해 만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개원 후 줄곧 거대 야당에 끌려다녔다. 압도적 수적 우위를 앞세운 입법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국회 개원 25일 만에 백기 투항하듯 원(院) 구성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야 투쟁은 없었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법 테두리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잘 싸웠다"고 말할까. 아니면 "이럴 거면 진작 등원해 민생이나 챙기지"라며 질책했을까. 아쉽게도 대다수 국민은 국민의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강력한 대야 투쟁을 펼쳤다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면, 한 전 위원장이 들어올 틈이 있었을까. 당권 도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4·10 총선 패배 책임이다. 대구경북(TK) 시도민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 전 위원장 때문에 국민의힘이 108석밖에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한 전 위원장 덕분에 108석이나 얻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전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108석도 어려웠다는 말이다. 실제, 한 전 위원장 덕분에 낙동강 벨트를 지켜낸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4·10 총선을 복기해보면 당의 총선 전략과 관련,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유일한 인물이 한 전 위원장이다. 총선 기간 모든 언론은 한 전 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집중했다. 필자는 누군가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의 심장 TK 민심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이 하나로 뭉쳐 진정한 민생정당이 되길 바라고 있다. 또 수적 우세를 앞세워 입법폭주를 일삼는 민주당을 국민의힘이 견제해 주길 기대한다. 국민의힘은 2022년 정권 창출 후 당 대표 중도 퇴진, 비대위 구성, 당 대표 선출, 중도 사퇴, 비대위 구성 등 혼란을 반복했다. 집권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여전히 '윤심' 논쟁과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는 자격이 있고, 누구는 자격이 없다가 아니라, 누가 더 뛰어난 인물인지를 겨뤄야 한다. 이를 통해 당원과 국민에게 차악(次惡)의 선택이 아닌, 최선 또는 차선(次善)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 출장소'가 아닌 민심만 바라보는 정당으로 복귀해야 한다. 민심의 통로가 돼야 한다. 총선 참패에도 환골탈태는커녕 시늉조차 없는 무능한 집권여당을 혁신해야 한다. 강도 높은 당 혁신, 국정 비전과 협치를 제시하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실도 더 이상 '윤심 논란'이 없도록 확실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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