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이도 자가 청소·세균 번식 억제하는 귀지로 청결 유지
잘못된 귀 후비기·세척하는 습관이 귀 건강 헤칠 수 있어
습도 높고 더운 환경으로 세균 감염↑…자극하지 말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귀지를 파내야만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고, 샤워 후에 면봉으로 귀를 깨끗이 닦아야만 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눗물로 외이도를 세척하는 습관 역시 깔끔함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습관들은 오히려 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소리를 전달하고 청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귀, 그 소중한 공간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정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이비인후과 전문의 |
◆외이의 구조와 기능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뉜다. 외이는 이개(귓바퀴)와 외이도(귓구멍)로 구성되며, 외이도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약 2.5~3cm 길이의 'S'자 모양 통로다. 외이도의 바깥쪽 1/3은 귀지를 생성하는 귀지샘과 모낭이 있는 연골부로, 안쪽 2/3는 뼈로 이루어진 골부다. 외이도는 소리를 모아 고막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청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외이도의 건강은 자가청소 기능과 귀지를 통해 유지된다. 외이도는 피부의 지속적 탈피작용으로 청결을 유지하며, 귀지는 물기를 막고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외이도의 산성 보호막과 방수 효과, 풍부한 혈류도 중요한 방어기전이다. 귀지는 외이도 연골부에서 생성되며, 지방 성분이 많아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산성 성분으로 세균 번식을 억제하며, 살균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을 함유하고 있다. 외이도 상피세포는 방수 기능과 함께 풍부한 혈관과 림프관이 있어 외이도를 세균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러한 기능과 방어기전 덕분에 외이도는 세균의 침범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소리 전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외이도의 소리 전달 기능
외이는 소리를 모아 고막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리 전달 기능은 우리의 청각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외이도가 건강하지 못하면, 이 소리의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청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외이도는 자가청소 기능을 갖추고 있어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며, 귀지를 통해 물기와 세균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귀지에는 산성 성분이 있어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살균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이 함유돼 있다. 이러한 방어기전 덕분에 외이도는 세균의 침입을 막아주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 외이도염 주의
외이도 방어기전이 파괴되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에는 높은 습도와 기온 때문에 외이도 내부의 습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pH가 중성 또는 알칼리화되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세균이 쉽게 자란다. 여름철 외이도염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습도가 높고 더운 환경, 꽉 끼는 이어폰 착용, 오염된 물에서의 수영 등이 외이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여름철 외이도염은 대부분 잘못된 귀 후비기 습관에서 비롯된다. 피부 손상과 외이도 방어기전의 파괴로 인해 세균이 서식하게 되는 것이다. 외이도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은 녹농균이며, 이는 보통 물 표면에 존재하고 수영장 물에 많이 오염돼 있다.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염소 소독제 양으로는 웬만해선 죽지 않는 데다, 30℃ 이상일 때 빠르게 증식한다. 곰팡이균(진균)도 외이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귀 관리 습관 주의
외이도염의 증상으로는 가려움증, 통증, 이충만감(귀가 먹먹해지는 증상), 난청 등이 있다. 가려움증은 외이도염의 초기 증상으로, 급성기에 통증을 느끼기 전에 나타나 병소를 긁게 만든다. 이는 피부 외상을 초래하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외이도 바깥쪽 1/3의 피부나 연골은 이개와 연결돼 있어, 이개를 만져도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외이도염이 심해지면 이충만감과 난청까지 발생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외이도염의 치료와 예방
대부분 외이도염은 적절한 외이도 드레싱과 이용액(귀약)으로 완치될 수 있으며, 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외이도의 방어기전을 회복하고 만성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샤워 후 면봉으로 귀를 닦거나 귀지를 파내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여름철 귓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외이도염 예방을 위해선 귀를 자주 만지거나 후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영 후에는 귀에 물기가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어폰 사용을 줄이고, 외이도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귀는 우리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각을 통해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주변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외이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잘못된 관리 습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귀를 보호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의 청력을 오래도록 지켜줄 것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도지부
(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