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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오기자〈경북본사〉 |
"좋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게 유일한 낙인 동네에서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니더."
봉화 내성4리 경로당 인근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할머니들은 한숨을 쉬며 침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기자를 보자 손사래를 치며 "할 말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런 반응들은 충격에 빠진 지역 분위기를 말해 주고 있다. 각종 '독극물 테러'에서부터 '음독설''원한' '불만' '치정'뿐만 아니라 단순 '사고설'까지 온갖 추측성 소문이 나돌면서 봉화 지역 전체를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초복을 맞아 내성4리 경로당에선 연중행사로 여름철 보양식을 다 같이 먹었다. 경로당 회원 40여 명은 인근 식당에서 오리불고기로 점심을 먹고 경로당에 들러 잠시 쉬었고 이후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들 중 4명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복통 등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틀 후에는 또 한 명이 같은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에 경로당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다. 기자가 만난 경로당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우리 할매들 괜찮냐"며 치료를 받는 이웃 걱정을 먼저 할 정도였다. "그동안 큰 다툼 한번 없이 서로 잘 챙겨주며 지내왔는데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성 소문이 돌면서 할머니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했다. "지금까지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꼴인겨"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농약 사건이 재소환되기도 했다. 2015년 상주와 2016년 청송, 2018년 포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사이다' '농약소주' '농약고등어탕' 사건들이다. 이중 청송 사건은 용의자로 특정된 이가 음독자살하면서 의혹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경찰은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현재는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로당의 특정 용기에서 살충제 성분까지 확인한 경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이어오는 등 사건 전모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결과가 요구되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난 청송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봉화 지역을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황준오기자〈경북본사〉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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