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나는 소위 말하는 '비주류'의 인간인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삶이 행복해. 꼭 내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주류의 삶을 살아가야 할까?"
언젠가 친구 A와의 대화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A는 대기업 사원입니다. 조직 생활을 합니다.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안간힘을 쓰고 그렇지 않은 척합니다. 술을 좋아하지만, 회식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가 사람 간의 관계를 더욱 얄팍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두고,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면서 홀로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또 다른 B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B는 대학생입니다. 친구가 없는 것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지만 '아웃사이더'를 자처합니다.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바로 수강합니다. 주변에 듣는 친구가 없더라도요. 되도록 밥도 혼자, 여행도 혼자 가려고 합니다. 약속이 끝나고 집에 걸어갈 때면 녹초가 됩니다. 인간관계에 일정 수준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C는 사업가입니다. 공부보단 장사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20대부터 창업을 시작해 벌써 15년 차입니다. 그런데 가끔 대학에 관한 질문을 들으면 난감합니다. 대학을 안 나왔다는 말을 꺼내면 뒤따라오는 멋쩍은 반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학벌주의가 능력주의의 일환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주의자'입니다. 철저하게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갑니다. 삶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기주의자와는 조금 다릅니다. 타인을 존중할 줄도 알고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며, 틀에 박힌 삶을 경계합니다. 그뿐만일까요. 여가생활과 휴식을 중요시 여겨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 데도 진심입니다. 요즘 말로 비유하면 MBTI 성격 유형의 'I(내향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사회입니다.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시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이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죠. 집단주의는 사회 질서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다만 가끔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해 주류에 속하지 못한 이들은 도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의 행동이 사회적 기대에 맞아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긴 하나 어딘가엔 남아 있는 잔재가 있죠. 지나친 회식 강요, 나이·직위·성별 등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 성공한 삶에 대한 획일적 기준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작가인 닐 게이먼이 한 말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규범보다 자신만의 길을 중시하며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평균화·획일화된 사회에서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주의자들의 삶과 닮았습니다. 닐 게이먼의 말처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존중받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이번 주 위클리포유에서는 그동안 집단과 공동체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개인주의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주말섹션과 연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