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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남 김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언덕 위 수로왕비릉, 바다 건너 고향땅 바라보는 듯…

2024-08-09

왕비릉 호석없어 부드럽고 편안
허황옥 가져온 파사석탑도 남아
구지봉은 가야 500년 역사 출발지
가락국 태조 탄강지 비석 세워져
수로왕릉 일대 공원 '수릉원' 조성

[주말&여행] 경남 김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언덕 위 수로왕비릉, 바다 건너 고향땅 바라보는 듯…
숭화문, 홍살문, 가락루를 지나 납릉정문 너머에 수로왕릉이 자리한다. 전체는 상당한 규모다. 홍살문 위로 분산성이 보인다.
[주말&여행] 경남 김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언덕 위 수로왕비릉, 바다 건너 고향땅 바라보는 듯…
구지봉 입구에서 수로왕비릉 능역 전체와 멀리 분성산 산정을 두르고 있는 분산성이 한꺼번에 보인다. 수로왕비릉은 사적 제74호로 지정되어 있다.

시원하게 뻗은 김해대로를 달린다. 김해 연지공원에 떠 있다는 귀여운 '토더기'를 볼 수 있을까 하고 목을 빼고 엉덩이를 들썩이다 스스로 멱살을 잡아끌어 운전에 집중한다. 큰 길을 벗어나 한산한 가락로에 들자 저절로 주변을 주시하게 된다. 길 양옆으로 단정한 돌담에 둘러싸인 썩 멋진 숲이 150m 가량 이어지고 짧은 터널이 야생동물 생태통로처럼 두 숲을 잇고 있다. 터널을 통과하면 바로 왼쪽에 홍살문이 서 있다. 홍살문 너머는 수로왕비릉이다. 길 건너 동그란 언덕으로 오르는 좁고 어두운 오솔길 입구에 장소의 특별함을 외치는 비석이 두엇 보인다. 저 언덕이 구지봉이다. 머리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는 '구지가'가 태어난 곳이다. 터널은 능역과 구지봉을 잇고 있다. 구지터널이다.

◆ 수로왕비릉

[주말&여행] 경남 김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언덕 위 수로왕비릉, 바다 건너 고향땅 바라보는 듯…
허황후가 바다를 건너올 때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 적보라 빛의 줄무늬가 있는 석탑의 돌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석질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홍살문과 구남문을 지나면 계단 위 높직이 자리한 봉분이 보인다. 오른편에는 제사를 준비하는 숭보재가 자리한다. 경내는 매우 단정하다. 동그랗게 정돈된 향나무 네 그루와 비각, 동그란 석조 음수대가 전부다. 수로왕비는 허황옥이다. 삼국유사에 수로왕 7년인 48년에 허황옥이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왔다는 기록이 있다. 아유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통 인도 갠지스 강 중류의 고대국가로 여겨진다. 비각에는 그녀가 바다를 건너올 때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이 있다. 바람과 파도를 진정시켜 준다고 해서 진풍탑으로도 불린다. 가야의 어부들이 바다로 나갈 때 석탑에서 돌을 떼어 부적처럼 지녔다고 전한다. 적보라 빛의 줄무늬가 있는 석탑의 돌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석질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계단을 오르며 휘청한다. 잠자리 떼가 어지러이 난다. 초록의 잔디 위에 고양이가 누웠고 봉분 앞 비석에는 검은 새가 앉았다. 능은 조선시대 1446년에 수로왕릉과 함께 정화되었고 능비와 상석은 1647년 설치되었다고 한다. 능은 왜 특별히 편안하고 부드러워 보일까. 가만 궁리해 보니 호석이 없다. 봉분의 곡선이 사방으로 자유롭다. 긴 항해 끝에 마침내 둘이 만났을 때 수로왕은 6세, 허황옥은 16세였다. 그들은 10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낳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음수대에 두 마리 물고기가 큰 미소로 마주보고 있다. 신어(神魚) 신앙을 상징하는 쌍어(雙魚)는 아유타의 문양으로 보호를 의미한다고 한다.

능역의 뒤편으로 솔숲이 짙다. 짙은 솔가지 무리의 눈초리에는 어딘가 엄한 데가 있다. 오른편으로 난 구지문을 나서면 터널을 지나 구지봉으로 이어진다. 길옆으로 솔숲을 이리저리 거니는 산책로가 보인다. 맑고 날씬한 줄기를 드러낸 솔숲은 능 앞에서 느꼈던 심상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상냥하다. 터널 위에서 가락로가 일직선으로 뻗어내려 가는 모습을 본다. 저 길을 따라 남쪽으로 1㎞거리에 수로왕릉이 있다. 왕비의 능이 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이 특이한데 이곳이 원래 수로왕을 위한 자리였다는 설이 있다. 허황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명당을 내어주었다고도 하고, 타국에서 온 왕비를 가련히 여겨 멀리 고향 땅을 보라고 언덕 위에 묻어줬다고도 한다.

[주말&여행] 경남 김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언덕 위 수로왕비릉, 바다 건너 고향땅 바라보는 듯…
정상부에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있다. 상석에 '구지봉석(龜旨峯石)'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한석봉의 글씨라고 전한다.

◆ 구지봉

터널 위를 지나 구지봉 숲 속으로 든다. 컴컴하다. 이 어두운 숲 속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거나 산책하고 있다. 저쪽에서 나타나고 이쪽에서 나타난다. 구지봉으로 오르는 길이 사방 아홉, 열은 되는 듯하다. 갑자기 빈 터가 나타난다. 텅 빈 동그란 땅이다. 어두운 가운데 빛이 가득해 꼭 제단 같다. 걷는 이도, 운동하는 이도, 아무도 이 터 안에 들어오거나 가로지르지 않는다. 한쪽에 서 있는 비석에 '대가락국태조왕탄강지지(大駕洛國太祖王誕降之地)'라 새겨져 있다. 가락국의 태조가 태어난 땅이라는 뜻이다.

서기 42년 음력 3월3일, 이 지역의 아홉 족장과 수백의 백성들이 구지봉에 모였다. 그들은 흙을 파고 뛰고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그러자 하늘에서 보라색 줄에 매달린 황금상자가 내려왔는데 안에는 여섯 개의 황금알이 있었다. 여섯 알은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으니 그중 가장 먼저 태어난 아이를 수로(首露)라 하고 황금상자에서 태어났다 하여 성을 김(金)이라 했다. 아이는 태어난 지 10여일 만에 장성하여 가락국(금관가야)을 세우고 왕이 되었다. 가락국의 태조, 김해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이다. 구지봉은 가야 500년 역사의 출발지고, '왕의 강림을 기원'하는 '구지가'가 탄생한 곳이다. 나머지 다섯 아이도 각각 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구지봉 입구에서 수로왕비릉 능역 전체와 멀리 분성산 산정을 두르고 있는 분산성이 한꺼번에 보인다. 김해의 주산인 분성산 자락이 김해의 구 시가지를 감싸고 흘러 마무리되는 자리가 구지봉이다. 거북이를 닮았다는 구지봉, 길은 거북의 모가지를 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의 일이다. 이후 잘린 모가지를 이어 붙인 것이 구지터널이다.

◆ 수로왕릉

복잡한 도로를 빙글 빙글 돈다. 블록과 블록 사이 길 저편에 분명 왕릉이 감지되는데 왜 이렇게 도달하기가 힘들까. 일대는 김해의 구시가다. 도로는 좁고, 버스정류장마다 어린 학생들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외국인이 자주 보인다. 겨우 수로왕릉을 둘러싼 높직한 돌담에 다다르지만 다시 외벽도로를 빙글빙글 돈다. 한옥체험관이 있고, 옛 집을 개조한 크고 작은 예쁜 가게들과 정체모를 오래된 집들이 있고, 학교도 있고, 꽃길을 만드는 가로의 화분들이 고운데, 단 하나 수로왕릉의 주차장이 없다. 왕릉 서편의 김해민속박물관에 겨우 주차한다. 이 일대는 수릉원이다.

수릉원은 가야무덤 300기 정도가 발견된 곳을 공원으로 꾸며 놓은 곳이다. 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했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 허황옥의 동상이 있고 길 건너 맞은편에 수로왕릉의 서문인 강의문이 있다. 문은 잠겼고, 다시 높은 돌담을 따라 빙 둘러 걷는다. 덕수궁 돌담길보다 한 뼘 낮은 담에 한 뼘 좁은 길이다. 입구인 숭화문에 들어서자 멀리 봉산이 보인다. 수로왕릉을 이곳 사람들은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홍살문과 가락루를 지나 납릉정문에 이르러도 여전히 능은 멀다. 뒤편으로 능림이 무성하고 전면 좌우로 제례를 위한 재와 각, 청 등이 일단의 영역을 이룬다. 상당한 규모다. 능림의 명상과 같은 분위기 속을 실컷 거닐며 왕의 능을 보다 가깝게 의식한다. 홍살문 위로 분산성이 보인다. 왕비의 능에서도 분산성이 보였지. 누군가 내려다보는 듯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

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IC에서 내린다. 58번 국도를 타고 김해 방향으로 가다 연지1교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400m 직진, 첫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가락로를 타고 가다 구지터널을 통과하면 바로 왼쪽에 수로왕비릉이 자리한다. 주차장은 넉넉하고 입장료는 없다. 가락로로 계속 직진하다 대성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김해여중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하면 수릉원 북쪽에 닿는다. 수릉원 둘레 도로를 따라가면 김해민속박물관이 있는데 그곳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박물관 주차장은 무료이며 수로왕릉 입장도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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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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