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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제주도 '뚜벅이 여행' (1) 놀멍, 쉬멍, 걸으멍…뚜벅뚜벅 제주여행

2024-08-16

차도 계획도 없이 떠나 두 발로 즐기는 여행
맘 닿는 곳 따라 사색하며 걷는 느림의 미학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제주도 뚜벅이 여행 (1) 놀멍, 쉬멍, 걸으멍…뚜벅뚜벅 제주여행
제주 이호동에 위치한 이호테우 해변. 제주 도심과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다.

얼마 전 언젠가 떠난 여행 기록을 발견했다. 평소 휴대전화 사진첩을 거의 정리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정리하다 본 셀카가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란 걸 기억해냈다. 문득 그때가 기억났다. 단돈 20만원만 들고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그것도 차 없으면 다니기 힘들다는 제주도로 떠났다. 즉흥적 선택이었다. 차 없는 여행이 막막하고 불편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당시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하루빨리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여행의 진정한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는 거라고. 일상에 새로운 이슈가 필요했다.

막상 도착하니 불편함 속에서도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다. 제주는 지하철도 없고, 버스 배차간격도 가지각색이라 여러 곳을 돌거나 교통이 아주 열악한 곳에 가진 못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제한된 상황이 여행의 매력을 더해줬다. 한 지역 곳곳을 깊숙이 누볐다.

처서(處暑)가 다가온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고 한다. 더위도 가시고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시기 이후 제주의 풍경도 매력적이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른 바다와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날씨가 선선하니 바람을 쐬며 걷기도 좋았다. 버스를 타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러는 동안 풍경과 사람들을 더 깊이 관찰하고, 편리함만 추구한 여행이었다면 놓쳤을 작은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카페에서 쓴 일기, 그곳에 혼자 온 여행객과 나눈 대화, 버스를 기다리며 관찰한 현지인들의 모습,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즐긴 사색, 여행 내내 어디서든 즐겼던 음주…. 모두 차 없이 혼자 하는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두 발로 낯선 곳을 탐험하듯 걷고, 마음 내키는 곳에서 쉬고, 바깥 바람을 쐰 결과 마음이 한결 느슨해져 있었다. 번아웃 증후군은 어느샌가 날아가고 마음은 풍족해져 있었다. 홀로 걷는 여행은 나와의 대화이자 자연과의 조우였다.

'빨리'를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발견하는 느림의 미학이 요즘 우리가 말하는 '낭만' 아닐까. 떠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이제라도 그 낭만적인 여행을 다시 기억하고 싶다. 그 시간이 남긴 흔적의 무늬를 더듬어보고 싶다. 선선한 날, 무작정 홀로 제주로 떠나 걸은 기억을 기록해보려 한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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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주말섹션과 연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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