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담당자들 불기소
포항 범대본 "솜방망이 처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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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마트에 진열돼 있던 상품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영남일보 DB |
검찰이 포항 촉발 지진 발생 7년 만에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19일 포항 지열발전사업 중 수리 자극 등으로 인해 촉발된 2017년과 2018년 지진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주관기관 등 3개 업체·기관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관리·감독기관인 정부 부처 담당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기소된 5명은 포항지열발전 컨소시엄의 주관기관 대표와 이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책임자와 참여연구원, 컨소시엄 참여 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책임자다.
포항에선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이 각각 발생해 1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와 큰 재산 피해를 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연구사업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는 수리 자극으로 촉발된 지진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고소와 고발이 이뤄지면서 검찰이 2019년 12월 연구사업 전담·주관·참여기관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수리 자극과 포항지진 발생의 인과 관계에 대해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받아들였다. 연구사업 책임자들은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7개월 전인 2017년 4월 15일 유발된 규모 3.1 지진 발생 이후 이에 대한 상급 기관 보고를 부적정하게 하고, 지진위험도 분석 등 안전조치 사항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5차 수리 자극 주입량을 320t으로 계획했음에도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1천722t의 물을 주입하는 등 한계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리 자극을 지속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연구사업 책임자들이 실시간으로 유발 지진을 관측 및 분석해야 함에도 지진계 유지 및 관리와 분석 등을 소홀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발 지진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관리 방안인 신호등 체계를 수립해 준수해야 함에도 부실하게 수립하고 지키지 않은 과실도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연구사업의 주무 부처 및 전담기관 담당자의 경우 주관기관이 규모 3.1 지진 등으로 불가 항력적으로 발생한 자연지진인 것처럼 축소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믿은 것으로 확인돼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연구단이 유발 지진 발생의 위험성과 더 큰 규모의 유발 지진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연구사업의 성공 평가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여러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인재임을 규명했다"며 "피고인들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는 이날 오후 대구지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촉발 지진 책임자 처벌이 축소됐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수사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과연 정부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대한민국 전대미문의 촉발 지진 사업을 유발한 책임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범대본 측은 "검찰이 만약 피해 시민들의 고통과 재산상 손실을 무시한 채 책임자 기소를 축소하거나 책임 수위를 낮추는 일을 저질렀다면, 50만 포항 시민들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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