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염성연 천상 이야기꾼…금상 김해민 필력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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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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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옥 심사위원장 |
제15회 영남일보 책사랑 주부수필공모전에서는 총 383편이 응모되었다. 1인 1편 제출이니 대단한 반향(反響)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6편이 예심을 거쳤다. 고심 끝에 염성연의 '비에 젖은 국어책'이 대상 수상작품으로, 김해민의 '7시45분의 도서관'이 금상 수상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상 수상작으로 주목 받은 염성연의 '비에 젖은 국어책'은 비 오는 날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고등학교 국어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 자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조선족으로 낯설고 물 선 조상들의 나라가 서럽고 두렵던 중 '화법과 작문'이라는 국어책 표지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다.
비에 젖은 국어책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선풍기와 다리미로 말리면서 작가는 중국에서의 책에 얽힌 힘든 삶을 소환한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읽고 있던 책을 빼앗아 아궁이에 쑤셔 넣어 불태웠던 일, 그보다 먼저 유학 가서 뇌막염으로 죽은 오빠에게서 시체도 없이 책만 한 박스가 왔을 때 절망한 부모가 아들을 잡아간 원흉처럼 책을 때리고 때린 이야기…. 염성연 작가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이 모든 아픈 이야기를 쓰레기장에서 건진 국어책을 매개로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올해에는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수필집 한 권을 출간했다고 넌지시 고백한다. 건필을 빈다.
금상 수상 작품인 김해민의 '7시45분의 도서관'은 초독서증을 앓고 있는 중증자폐아 이야기다. 밤이나 낮이나 밥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책이 없으면 괴성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들의 이야기다. 책 속에 틀어박혀서 심각한 사회적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아들을 위해 부모는 발달장애아를 위해 특화된 '와글와글 도서관'을 찾아간다. 화요일 저녁 7시45분 이후이다. 가슴 짠한 이야기를 넘치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초독서증이라는 희귀한 병도 눈치 못 채고 잠시 잠깐 아들을 책을 너무 좋아하는 영재로 착각했던 일을 떠올리며 '지금에서야 아들이 책을 읽는다고 영재가 될 순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일갈한다.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었다.
은상과 동상 작품들도 수작들이 많았다. 소재도 다양했고 주제 접근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수필은 일기나 생활문과는 차별화되는, 독자가 있는 문학장르이다. 나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되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쓰고자 하는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 유지가 불가피하다. 작가 스스로 대상에 함몰되어 자기 슬픔이나 비탄에 치우침으로 독자의 감성에 이르지 못한 작품들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 수필은 설명이 아니라 묘사임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심사위원장=박기옥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심사위원=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 관장
백승운 영남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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