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준비에 나선 주민들, 경술국치일 기념행사 활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을 전체가 하나 된 양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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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양1리 주민들이 마을 곳곳에 태극기 조기를 게양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달성군 제공> |
29일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양1리. 이른 아침부터 양1리 마을회관 앞은 활기가 넘쳤다. 1910년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된 '경술국치일'(8월 29일)을 기리고자 마을 전체가 태극기 조기를 게양하며 나라를 위한 마음을 모으는 날이어서다.
'태극기 조기 게양 준비팀'을 꾸린 마을 이장과 노인회가 일찍이 회관에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태극기와 국기봉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허예원 마을 이장은 준비 팀에게 간단히 일정을 설명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간단합니다. 태극기를 조기로 게양하고, 이웃들과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마을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이장 말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을 위해 이장은 태극기와 국기봉을 미리 대량으로 구입해 두었고, 마을 청년회가 이를 모든 가정에 배부하기로 했다. 사전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이었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을 청년회는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태극기와 국기봉을 설치했다. 60대 한 주민은 "평소에는 마을 일을 함께 할 기회가 적었는데,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각 가정에 태극기가 걸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펄럭이는 태극기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어르신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평소 보기 드문 훈훈한 장면이었다.
70대 한 주민은 손자와 함께 태극기를 조기로 게양하며 감회를 나눴다. "어머니께서는 경술국치일을 잊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그때 아픔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태극기를 게양했었죠. 오늘 이렇게 마을 전체가 함께하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손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나서 저도 태극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마을이 태극기로 물들어갈 무렵, 손계영 유가읍장이 양1리를 찾았다. 그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양1리의 태극기 조기 게양 행사는 단순한 의례가 아닙니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주민들이 이날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매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하겠습니다."
손 읍장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하며 각 가정을 돌았다. 어르신들이 그를 반기며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1리의 이번 태극기 조기 게양은 단순한 국기 게양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주민들은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며 현재의 단결을 다지고, 미래를 위한 희망을 나눴다. 그들이 보여준 협력과 단결은 다른 지역 사회에도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극기 아래 하나 된 양1리의 모습은 마을의 결속을 넘어, 그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