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 서울 정치부장 |
대구경북(TK)행정통합은 이대로 무산되는 것인가. 대구경북 시·도민의 기대를 모았던 행정통합이 위기에 직면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6년을 목표로 한 행정통합에 대해 사실상 무산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왜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에 대한 합의안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일각에선 '특별도 VS 특별시'란 쟁점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다고 한다.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구시는 통합시장이 근무하는 대구시청을 포함해 3개 청사를 두기로 최종 합의안에 담았지만, 경북도는 현행대로 대구시청과 안동 경북도청사를 모두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TK행정통합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새로운 대구경북의 출발점이다. 그 주도권은 대구도 경북도 아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지방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설사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안을 도출해도 특별법 제정 및 각종 행정절차 진행 과정에서 행정통합 방식은 수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 2년 후 TK행정통합의 주체를 확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행정통합은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대비하는 국토균형발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대구경북이 먼저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로 행정통합이 추진됐다. 그런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다고 장기 과제로 돌린다면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지 묻고 싶다. TK행정통합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중앙정부도 여전히 행정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행정안전부의 의지를 물었다. 이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두 자치단체가 먼저 큰 틀을 합의해 주면 그 이후에는 중앙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차례 행정통합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지난 3일 경북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TK행정통합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TK 정치권은 행정통합 무산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면 TK 행정통합의 장단점을 분석, 대구와 경북이 단합된 힘을 낼 수 있도록 돕거나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TK 국회의원 상당수는 "행정통합이 무산될 줄 알았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며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다. 그 속내는 누구나 알고 있다. 자신들의 향후 정치 행보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관망한 것이다. 즉,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TK 선거구가 변할 수 있다. 또 2년 후 광역 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국회의원이라면 행정통합이 안되길 내심 바랄 수도 있다. 필자는 당부하고 싶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TK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둘 것이 아니라,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더욱 치열하게 논쟁하고, 고민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TK 정치권도 자신들의 미래 정치 행보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시·도민에게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대구경북에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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