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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대구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과 비슬산 용수폭포, 용봉천 따라 '느릿느릿'…메뚜기·야생화가 반기네

2024-09-06
[주말&여행] 대구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과 비슬산 용수폭포, 용봉천 따라 느릿느릿…메뚜기·야생화가 반기네
용오름길의 끝자락에 자리한 용리마을 다락논.

드디어 테크노폴리스로를 탄다. 본리터널을 지난다. 터널 밖은 본리리일 것이다. 명곡터널을 지난다. 지하철 설화명곡역의 그 명곡인가. 기세터널을 지난다. 기세리, 옥연지와 송해공원이 있는 곳이다. 김흥1·2 터널을 차례로 지난다. 골이 많겠고 금이 날지도 모른다. 초곡터널을 지난다. 풀 많은 골짜기 초곡, 이런 이름을 좋아한다. 터널을 6개나 지난다. 대부분이 1㎞가 넘는다. 터널을 빠져 나온 길의 소실점 위로 레고 같은 아파트들이 빼곡하다. 2015년 즈음인가, 노을 가운데 길을 잘못 들어 어리바리 테크노폴리스를 헤맨 적이 있다. 그저 황량하다는 인상만 남아 있다. 그래, 옛 사람들이 벌써 말했지.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용봉천교 입구서 '코스모스길' 시작
기울기 완만하고 발 편해 걷기 좋아
용수골 계곡 용수폭포 용 승천 전설
용리마을 고래들 다락논 멋진 풍경


◆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 길

[주말&여행] 대구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과 비슬산 용수폭포, 용봉천 따라 느릿느릿…메뚜기·야생화가 반기네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 용봉천교에서 천 양쪽으로 나란히 1.2㎞ 정도 이어지는 산책로다. 일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로 연구시설 부지로 예정되어 있다.

유가사입구사거리. 직관적인 이름이다. 좌회전해 조금 오르면 곧 용봉천교가 있는 용봉삼거리다. 다리를 건너 오르면 유가사로 향하고 우회전하면 소재사, 비슬산자연휴양림 등으로 간다. 용봉천교 아래로 용봉천이 흐른다. 천은 용리산과 비슬산 관기봉 사이 골짜기에서 시작되어 용리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테크노폴리스로와 이어지는 쌍계3교 아래에서 현풍천과 합류해 낙동강으로 간다. 용봉천교 입구에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이라는 안내판과 용오름길, 옥녀봉 등의 이정목이 있다. 용오름길 방향으로 코스모스길을 따라 간다. 용봉천을 거슬러 오르는 길이다. 산책로는 천의 양쪽으로 평행되게 나아가고 아카시아 향기 속에 살짝 비릿한 물 내가 난다. 몇 송이 황화코스모스를 본다. 그것으로 끝이다. 코스모스는 없다.

불법경작을 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 일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로 연구시설 부지로 예정되어 있어서 불법경작을 방지하고 도시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산책로에 코스모스를 식재했다고 한다. 4년 정도 된 듯하다. 천은 좁고, 큰 돌로 물길을 낸 수로의 형태다. 수해 방지를 위해 사방 공사를 한 듯하다. 산책로는 기울기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하고 발바닥이 편안하다. 두어 군데 건너편 산책로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 훤히 보이는 데도 이 길을 가면 저 길이 궁금하고 저 길을 가면 이 길이 궁금하다. 잠자리 등에 올라 탄 사마귀가 활공하듯 날더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헛것을 보았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진짜다. 십여 마리 비둘기가 푸드득 난다. 인기척에 메뚜기가 무릎을 움찔 댄다. 걸음마다 무언가 황급히 풀숲으로 뛰어드는 소리가 들린다. 은사시나무의 반드러운 잎 위에서 무당벌레가 잔다.

[주말&여행] 대구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과 비슬산 용수폭포, 용봉천 따라 느릿느릿…메뚜기·야생화가 반기네
용봉천교 입구에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이라는 안내판과 용오름길, 옥녀봉 등의 이정목이 있다.

용리산은 비슬산에서 뻗어 나온 여러 산줄기 중 서쪽 방향의 말단에 위치하고 있다. 봉우리가 뾰족해 필봉산(筆峰山)으로도 불린다. 남쪽에는 테크노폴리스, 동쪽에는 음리마을, 서쪽에는 용리(龍理)마을이 자리한다. 용리산을 반으로 갈라 남북으로 나누면 남쪽은 용리, 북쪽은 음리인데 산의 지분은 용리가 다 가졌다. 그런데 왜 용봉천일까. 이런저런 지도를 살펴보면 천 주변으로 용리 외에 용동, 봉동, 용봉동 등이 보인다. 용봉 2리, 3리라는 지명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 많은 자연마을들이 합해지거나 사라졌을 것이다. 용봉천은 용봉3리 마을회관 남쪽에서 시작되고 용봉3리는 용리에 속해 있다. 마지막 나무다리에서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 길'은 끝난다. 코스모스 길은 용리에 속해 있고,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 길'은 머지않은 이 땅의 쓰임을 선언하는 당근 같은 이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 용수골 용수폭포

[주말&여행] 대구 테크노폴리스 코스모스길과 비슬산 용수폭포, 용봉천 따라 느릿느릿…메뚜기·야생화가 반기네
가뭄이 지속되던 어느 날 먹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고 땅속에 있던 용이 승천하면서 땅이 갈라져 계곡이 생겨났다. 용이 솟구친 구덩이가 용소, 용소로 떨어지는 계류가 용수폭포다.

임도가 시작되고 이내 삼거리 갈림길이다. 왼쪽으로는 이정표가 없다. 오른쪽이 용오름길로 가는 길이다. 계곡과 나란한 길 하나가 있으나 칡넝쿨에 뒤덮여 있고 막혀 있다. 사유지라 한다. 잠시 잘 닦인 가파른 임도를 오른다. 테크노순환로10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길이다. 적보라 빛 칡꽃이 주렁주렁하다. 누군가 길 가 소나무 가지들을 아무렇게나 베어 놨다. 가지들이 윈드차임처럼 따각따각 소리를 낸다. 다시 삼거리다. 오른쪽 잘 닦인 임도는 비슬산 휴양림 진입 도로로 가고 용수폭포 방향으로 좁은 콘크리트길에 들어선다. 하늘이 활짝 열려 있고 뒤돌아보면 멀리 아파트꼭대기가 차르르 펼쳐지는 호젓한 길이다. 미국자리공의 빨강 꽃받침마다 까만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렸다. 노란 새팥 꽃과 청보라 빛 달개비, 꽃잎의 끝이 어린 고사리처럼 말린 진분홍빛 물봉선이 서로 엉켜 가슴이 찡할 정도로 어여쁘다.

콘크리트길은 짧게 끝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제법 너른 나대지가 펼쳐지고 벌통들이 보인다. 그리고 누군가의 거처와 살림살이들이 있다. 길 앞에 사유지라는 작은 철문이 열려 있고 벽으로 세운 철망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저 아래 삼거리까지 계곡 주변이 사유지인 듯하다. 용오름길을 걷거나 용수폭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문은 열어두는 것이겠지. 완연한 산길에 작은 나비들이 어지러이 길을 열자 용수폭포가 나타난다.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훔친 곳이 여기라 해도 믿겠다.

용리는 용이 살았다는 마을이다. 아주 옛날 심한 가뭄으로 농사짓기가 어려운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남쪽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 때 땅속에 있던 용이 승천하면서 땅이 갈라져 계곡이 생겨났다. 용이 솟구친 구덩이가 용소, 용소로 떨어져 내리는 계류가 용수폭포다. 그래서 이 계곡은 용수골, 계곡 길의 이름은 용오름길이다. 얼마나 용트림하며 승천했는지 비늘이 소나무에 걸려 떨어지자 마을사람들이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용비무덤 이야기가 전해진다. 폭포 위에 놓인 무지개 목교를 건너면 계곡을 따라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길 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뱀조심 안내판에 흠칫 한다. 돌아서야겠다.

용오름길은 용봉삼거리에서 용수폭포와 용리마을을 지나 비슬산 자연휴양림 삼거리 버스정류장까지 약 3.5㎞ 길이다. 용수폭포 그 가운데 즈음에 자리한다. 용리마을 고래들의 다락논이 그리 멋있다는데 구경은 해야지. 자연휴양림 버스정류장은 애미고개에 있다. 길이 여럿 갈라지는 가파른 고갯길이라 잠시 멈춰서기 애매하지만 여기 섰다 저기 서 가며 들을 본다. 아직 푸른 들, 저러다 눈 깜짝 할 사이 황금빛으로 변하겠지. 고갯길에 놓인 용알(핵석)도 본다. 2016년 비슬산 유스호스텔 건립 공사 중 60여 개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을이 용리인 것은 정말 용이 살아서였을 게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상인동 방향 앞산순환도로 끝까지 간 뒤 우회전해 상화로를 타고 약 3㎞ 직진하다 대구수목원방향으로 좌회전해 들어간다. 5번국도를 타고 화원 달성방향으로 왔다면 유천네거리에서 좌회전해 수목원으로 가면된다. 수목원 초입에서 테크노폴리스로를 타고 간다. 6개의 터널을 지나면 바로 테크노폴리스아파트 단지에 닿는다. 첫 번째 사거리인 유가사입구사거리에서 좌회전해 350m 정도 가면 용봉삼거리다. 용봉천교 다리 앞에 코스코스길 안내판이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IC로 나간다. 톨게이트 앞에서 5번국도 대구, 현풍 방향 직진, 국가산단북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다 유가사입구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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