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매력 '7색 7종'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고단한 날엔 퇴근 후 편의점에 간다. 기자는 소위 말하는 '애주가'다. 맥주가 진열된 냉장고를 본다. 국내 맥주? 일반 주점에서도 마실 수 있는 것들이라 굳이 고르기엔 아쉽다.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입맥주에 눈이 간다. 4캔에 1만2천원이라는 할인까지 더해져 여러 종류를 맛보기에 부담이 없다. 나날이 각종 수입맥주를 즐기던 중 문득 이들의 차이를 발견했다. 맛과 도수는 물론이고 제조 방식, 탄산 강도, 거품까지 모두 달랐다. 이렇게 각기 다른 특징을 띠는데, 어쩌면 맥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취향에 딱 맞는 '인생 맥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소개한다. 수입맥주 7종 리뷰.
보통 맛, 색상, 향미, 탄산감 등 맥주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요소는 발효 방식이다. '에일(Ale) 맥주'와 '라거(Lager) 맥주'로 나뉜다. 상온 발효 방식인 에일은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맥주 표면에 떠오르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15℃에서 24℃ 사이에서 발효가 이뤄진다. 발효 속도가 빨라 다양한 향미를 만들어낸다. 과일, 향신료, 캬라멜 등의 복잡한 향이 특징이다. 맥주에 따라 단맛, 쓴맛을 내기도 하며 강한 탄산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라거의 경우 저온 발효로 효모가 맥주 바닥에 가라앉아 발효되는 방식이다. 보통 10℃ 이하 온도에서 발효가 진행된다. 발효 속도가 느리고, 비교적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대체로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며 맛이 부드럽고 균형 잡힌 편이다. 에일과 라거의 특징을 이해하고 리뷰를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하이네켄/도수 5%/페일 라거
'빨간 별 로고' 글로벌 라거 브랜드
특유의 청량감에 시트러스 향 조화
빨간 별의 상표가 붙어 있는 녹색 캔. 가장 잘 알려진 수입맥주 브랜드가 아닐까.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다.
대표적인 라거 맥주로 페일 라거(일반적인 라거)에 속한다. 상쾌하고 청량감이 뛰어나다. 다만 약간의 쌉쌀한 맛이 난다. 강하진 않고, 시트러스 느낌이다. 쓴맛이 나긴 하지만 구수한 맛과 잘 조화돼 깔끔하다.
맥주의 색은 황금색으로 하이네켄은 이 색의 맥주를 제조하기 위해 28일의 공정을 갖는다고 한다. 컵에 따르면 처음엔 거품이 풍부하게 나지만 거품 유지력은 그리 길지 않았다. 특유의 청량감으로 느끼함을 잡아줘 해산물이나 피자, 소시지 등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릴 듯하다.
로스팅한 보리 사용 다크한 빛깔
부드러운 질감에 구수한 향 특징
'스타우트'는 에일의 하위 스타일로 검게 될 때까지 로스팅한 보리를 사용해 표면 발효에 의해 양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를 보통 '흑맥주'라고 부른다. 아일랜드의 '기네스'도 그렇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거품을 내는 기네스는 강한 로스팅 맛을 띤다. 커피와 초콜릿, 숯 향 등 구수한 향미가 난다. 부드러운 질감과 거품이 가장 큰 특징이기에 맛있게 먹고 싶다면 잔에 따르자.
거품과 맥주가 완전히 분리되기까지 기다린 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구운 고기, 치즈, 포카칩 등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음식과 먹기 좋으며 매콤한 음식과는 별로였다.
벨기에 전통 스타일 밀맥주
탄산 적고 에이드 상큼함 품어
'윗비어'는 벨기에의 전통적인 밀맥주 스타일이다. 밀의 엿기름을 사용한 밀맥주는 에일 방식으로 제조된다. 그래서 발효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향미를 내는 상품이 많다. 벨기에의 '호가든'이 대표적이다. 밀맥주로 잘 알려진 호가든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과일 맥주 라인업이 유명하다. 로제, 자몽, 애플 등이 있고 기자가 최근 마신 건 애플이다. 사과 맛을 강조한 제품이지만 청포도 향도 난다. 색은 일반적인 호가든 맥주와 유사하게 연한 황금색을 띤다. 다른 과일 맥주보다 탄산감은 덜한데 끈적함이 더 느껴져 조금 텁텁하다. 술보다는 새콤달콤한 에이드 느낌이 강해 양식류와 먹기 좋다.
목넘김 부드럽고 균형적인 단맛
해산물·치킨 요리와 페어링 좋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타이거'는 페일 라거 맥주로 맑고 밝은 황금색을 자랑한다. '타이거 라거' 제품의 경우 다른 페일 라거 맥주와 비슷한 평범한 맛이지만 상대적으로 쓴맛과 향이 덜 난다.
라거 중 수입맥주보단 가볍고, 국내 맥주보단 진하다. 보리 맥아, 설탕 등이 들어가 끝에는 단맛이 올라온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탄산도 적당하다. 적당한 쓴맛과 단맛, 질감이 어우러져 무난하게 마시기 좋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며, 특히 해산물, 바베큐, 치킨과 같은 요리와의 페어링이 뛰어나다.
맥주 특유 쌉싸름한 맛 거의 없어
안주 없이 단독으로 마셔도 굿~
타이거 맥주와 상큼한 자몽 소다가 혼합된 라들러 스타일의 맥주다. 라들러는 일반적으로 라거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혼합한 음료다. 부담 없는 맛과 낮은 도수로 여름철이나 간단한 식사와 잘 어울린다. 타이거 라들러 자몽의 경우 자몽의 산미로 향이 강하게 난다. 비교적 단맛으로 마시고 나면 입 안에 진득함이 느껴진다.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거의 나지 않아 안주 없이 단독으로 마셔도 괜찮고 디저트 와인 대용으로도 추천한다. 샐러드나 간단한 스낵 등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日 대표 맥주 깨끗한 향미 자랑
옥수수 들어가 고소한 맛 강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브랜드 '삿포로'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시작됐으며, 그 지역의 이름을 따 브랜드가 명명됐다. 삿포로 맥주는 페일 라거 스타일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만큼 대중적인 맛이다. 깨끗한 향미가 특징이며 탄산은 평범하다. 옥수수가 들어가 다른 라거 맥주들에 비해 고소한 맛이 더 난다. 타이거 라거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강해 함께 먹는 음식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끝 맛이 조금 싱거워 그중에서도 초밥, 회 등 해산물과 가장 어우러진다.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독일식 지향
라거지만 에일같은 깊은 풍미 가미
'에비스'는 일본 삿포로 맥주 주식회사의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로 정통 독일식 맥주를 지향한다. 에비스 맥주는 130년이 넘은 전통 있는 맥주로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마신다는 인식이 있다. 500㎖ 캔 기준 GS25에서 5천원에 판매되며 같은 용량에 4천500원으로 판매되는 삿포로보다 조금 비싸다. 프리미엄 맥주답게 맥아, 홉, 물 외에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비스효모라 불리는 전용 효모를 사용해 원료의 본래의 맛을 끌어냈다고 한다. 라거 계열이지만 역시 깊은 풍미가 일품이다. 달고 고소한 맛도 특징으로 에일 계열을 선호하는 이들이 즐기기도 괜찮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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