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지연 의원 |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주민과의 약속을 되새기며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지난 석 달을 돌아보니 국회는 그야말로 정쟁의 연속이자 극한의 대치로 흘렀다. 지난 100일 동안 야당은 탄핵안 7건, 특검법안 12건을 발의했고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청문회만 13번을 열었다. 거대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무섭게 폭주했다. 개원 28일 만에 원 구성이 됐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독식하고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거대 야당은 법사위에서 연일 위법적인 청문회를 열었다. 제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 폐기 되거나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법안들을 무더기로 재발의했다. 처리 과정은 일방적이고 졸속이었다. 필자가 속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노조법 제2, 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이라 불리는 이 법이 강행 처리됐다.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사실상 제한하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의 혼란은 물론, 일자리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은 경제계와 언론에서도 지적되어 왔다. 필자는 이 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한 달 전 국회 무제한토론에 나섰다. 10시간 35분여 동안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이자 강성노조 청부입법이며,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민주당도 노란봉투법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해당 법안은 3건에 불과했다.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손 놓은 법안이었다. 당시 정부도 '법률 원칙을 흔드는 특례 조항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민주당은 총 8건의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졸속 처리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유도하기 위한 꼼수가 담긴 것이었다. 채상병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제22대 국회에서만 세 번째인 이 법은 제3자 추천 방식이지만 '야당의 비토권(재추천요구권)'을 담아 사실상 민주당이 특검을 제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생을 책임지고 미래를 논의해야 할 국회가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다. 그나마 정기국회 직전인 8월 말 여야는 28건의 민생법안을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뒤늦게 다행이긴 하나 국민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정기국회가 시작되었다. 국회가 제역할을 해야 할 때다. 국민의힘은 최근 민생중심의 중점처리 법안 170건을 발표했다. ▲금투세 폐지 ▲인구위기대응 기본법 ▲필수ㆍ지역의료 지원법 등 민생과 국가 미래와 직결된 주요 법안들이 처리되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최근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제 국회가 연금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올해까지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민생 입법 패스트트랙 도입'을 제안했다. 개원식에서 '민생살리기에 매진하겠다'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여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민심은 매섭다. 여의도를 벗어날 때마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과 냉랭함을 느낀다. 국회가 국민의 칭찬과 박수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몰염치하다. 그러나 적어도 민생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정은 받아야 않겠나.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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