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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 연합뉴스 |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김두겸 울산시장이 가세했다. 김 시장은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김두겸 시장은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6일 긴급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울산시의회도 나섰다. 시의회는 김종섭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시의원 22명이 17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고려아연은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이어서 "적대적 인수합병 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 유출과 2차전지 분야 해외 공급망 와해는 물론, 자칫 고려아연이 중국계 회사에 팔려나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더욱 앞선다"며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공격이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도 국가기간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무차별한 공격을 이겨내도록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울산시장이 회사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건 고려아연이 국내 비철금속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서다. 울산에서 온산제련소를 운영 중인 고려아연은 수소, 2차전지 핵심 소재에도 뛰어들며, 지역에서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신사업 투자에 약 12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3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약 2조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천36주∼302만4천881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지분은 33.13%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한편,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동업 정신을 파기하면서 제기된 문제와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최 회장에 대해 배임,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 5가지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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