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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인공지능 혁명과 유발 하라리

2024-09-27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인가
AI세계는 과연 유토피아인가
하라리가 던진 질문 곱씹으면
호모데우스는 신적 존재 아닌
반성적 사피엔스라고 느껴져

[경제와 세상] 인공지능 혁명과 유발 하라리
권 업 객원논설위원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또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것은 지금 전 세계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의 관심사이자 베스트셀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주제다. 이 뜨거운 관심의 열풍 중심에는 '특이점(singularity)'이란 개념이 폭풍의 핵처럼 도사리고 있다. 특이점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정점에 이르면 인류가 되돌릴 수 없는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순간을 말한다. 현재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특이점 도달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어도 언젠가 닥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유한 오픈AI는 범용 인공지능(AGI: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의 핵심기술 개발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인공지능의 규제와 안전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AGI의 출현을 기정사실화하고 사회적 충격에 대한 논의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세계적으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스라엘의 저술가 유발 하라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후속편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를 출간하여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대니얼 카너먼 등 해외 유명인사들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 작가들 사이에서도 워낙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신이 된 인간(Homo Deus)'이 직면해야 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목 자체가 과학기술을 통해 생명 창조의 중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바뀐다는 매우 선동적인 표현이다. 신은 우리에게 지구 지배권을 선물해준 상상력의 산물이고, 이 상상력 역시 생화학 알고리즘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아주 공격적인 논지로 파문을 일으킨다. 생명공학은 사람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신과 인간의 경계인 죽음도 이 과학기술로 극복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뿐인가 지능은 인간보다 높지만 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은 '단일한 자아'라는 인간 도그마를 파괴하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을 몰아내고 인간이 차지한 자리를 이제 과학기술이 인간을 몰아내고 차지한다.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지구 정복과정에서 멸종시킨 그 숱한 동물들처럼 데이터 홍수 속에서 사피엔스는 존립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선택이 우리를 이끄는 곳이 어디인지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는 말이 그의 진정한 의도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명한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홀파이크 교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소름 끼치는 예언을 담은 이 책을 진지한 학문적 공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선정적인 추측만으로 독자를 자극하는 인포테인먼트라고 주장한다. 미국 시사지 커런트 어페어스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짜이퉁 등도 하라리의 저작물을 포퓰리즘에 빠진 유사역사학(pseudo-history) 정도로 폄하하고 있다. 사실 인간의 숙명인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늘 불안하지만 희망을 꿈꾸며 살아왔던 우리에게 하라리의 역사관은 근거가 부족한 결정론으로 비칠 수 있다. 그는 종교와 문명, 사회와 같은 인류의 역사적 자산의 기원을 '본인도 확신할 수 없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중에 하라리는 세 가지 본질적인 생각거리를 던진다.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기술이 주권자가 되는 세계는 과연 유토피아인가?" 이 질문들을 곱씹어 보면, 지금 인공지능의 안전문제를 염려하고 있는 우리에게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 아니라 '자기 반성적 사피엔스'라는 느낌이다.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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