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
최근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세간의 큰 관심사이다. 왜 재계는 유별나게 정관계의 유력인사나 다른 기업과 결혼을 통해 혼맥을 형성하려고 노력할까? 그리고 과연 이렇게 형성된 혼맥이 기업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문제점은 무엇일까?
ESCP 유럽 경영대학 분카와니차 교수 등이 2013년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창업자 가족 구성원의 결혼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이들은 '결혼이 한 가문과 다른 가문을 연결한다'는 네트워크 가설을 내세웠다. 즉, 결혼은 양가의 장기적인 동맹 관계를 맺게 하고 그 결혼을 통해 양가가 재무와 인적 자원 및 각종 특권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인사의 유력인사와의 혼맥 형성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태국의 현지 유력 신문에 게재된 1991년부터 2006년까지 91개 가족기업 구성원의 140쌍의 결혼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하였다. 기업 구성원의 배우자가 정관계 인사 및 다른 기업 가문의 출신일 때 네트워크 혼인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네트워크 혼인으로 분류하였다. 실증분석의 결과, 네트워크 혼인은 결혼일 전후 11일 동안의 누적 초과수익률이 2.04%인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인 시장반응을 나타내는 것에 반해, 비네트워크 혼인은 -0.13%의 누적 초과수익률을 보였다. 결국, 네트워크 혼인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은 혼맥을 통해 강화된 네트워크로 미래 경제적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혼맥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금수저는 금수저와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혼맥의 긍정적인 측면 외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먼저 위의 연구 결과는 단기적인 효과만 본 것이다. 장기적인 효과, 특히 혼맥이 깨어지는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질 위험이 있다. 또한, 정략적 혼맥 구조는 기득권 재생산의 통로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기의 이혼 사건은 정략적 혼맥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쓰레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최근 재계의 결혼 트렌드가 과거 정략적 혼맥 형성 관행을 벗어나 자녀 자유의지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즉, '돈'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재벌가의 최근 '결혼관' 변화는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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