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군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안시성전투, 흥화진전투, 명량해전. 시대도 다르고 주어진 환경도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음에도 기적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위기에 빠진 국가와 국민을 구했다는 점이다.
적군보다 무엇 하나 유리한 점이 없었음에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체계적으로 '훈련'된 군대가, 맡은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해 적을 격퇴한 것이다.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은 '전술'과 함께 '훈련'의 중요성을 명확히 표현해준다. 아무리 많은 병력과 좋은 무기가 있어도, 체계적인 전술과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은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지난 6월,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 관련해 국방부가 내놓은 재발방지대책이란 것이, '신병교육대 군기훈련에서 체력훈련을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군기훈련은 다른 훈련과 마찬가지로 제각각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단기간에 '하나'로 만드는 과정의 일부다. 그중 체력단련은, 몸이 고달플 수 있으나 함께 고생한 동료와 전우애를 쌓고, 작전 수행에 걸맞는 체력을 갖추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체력 단련 자체가 아니라 체력 단련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훈련 과정에서 왜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훈련병들에게 지시한 군기훈련 사유가 합리적이었는지를 따져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거에도 수류탄 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었다. 사고 여파로 실 수류탄 훈련이 5년간 중단됐었고, 최근 재개된 훈련에서 사고가 발생해 또다시 훈련이 중단됐다. 군 복무 과정에서 실 수류탄을 접하는 시기가 대부분 훈련소에 국한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5, 6년차 미만 예비역은 실 수류탄 사용 경험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이들이 당장 전투에 투입된다면 수류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전투는 훈련처럼 통제되고 배려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빗발치는 총탄과 몰려오는 적을 마주한 극한 환경에서 경험 없는 전투원이 수류탄을 능숙하게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수류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격, 화생방, 유격, 도하, 공수 등의 훈련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나 실제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위험을 감수하며 훈련을 진행해야만 한다. 군에서 진행하는 훈련 하나하나가 공백이 생기면 고스란히 전투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적에게 빈틈을 보이면 전시에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육군의 복무신조 중 하나다. 실전과 같은 훈련은 위험할 수밖에 없고 훈련 도중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그렇다고 해서 군이 눈치만 보며 회피로 일관한다면, 언젠가는 군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것이다. 훈련되지 않은 군대는 결코 국민을 지킬 수 없으며,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군대는 존재 이유가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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