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003010000350

영남일보TV

[자유성] 국정감사

2024-10-04

조선시대 때 이른바 '고적제(考績制)'라는 제도가 있었다. 조정의 관리와 지방 수령(守令)이 맡은 직분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감독하는 일이었다.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중국 요순시대 때 유래됐다. 하지만 민감한 '인사 고과(考課)'를 매기는 일이다 보니 부정한 청탁이나 압력이 끊이지 않았다. 영조 임금이 승하하기 직전, 세손인 정조는 지방 수령에 대한 불공정한 고적(考績)이 잇따르자 관할 도신(道臣·관찰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정조는 평소 신하들에게 "백성이 기뻐하느냐 슬퍼하느냐는 수령이 착하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지방 수령 등용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문제를 일으킨 수령의 경우 그를 추천한 사람에게도 벌을 줬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저서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관리는 반드시 승진시키고, 최하위 등급 관리는 반드시 해임시켜야 한다"며 고적제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해마다 두 차례 정기적으로 관리들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고적제는 조선시대판 '국정감사(國政監査)'로 통한다.

올해 국정감사가 오는 7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국정감사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 부처를 감사해 미래지향적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자리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 늘 기대 이하다. 국정을 놓고 여야가 합리적 의견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진영논리에 갇힌 채 고성과 삿대질만 해대서다. 이번 국정감사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대(對)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이슈 대결로 여야는 벌써부터 사생결단의 태세다. 또다시 공무원만 고달픈 '호통·맹탕 국감'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창호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창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