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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2024-10-17

"국민 납득"이 여론재판인가
특검도 불가, 기소도 안된다?
김 여사 의혹 다 덮어야 하나
'국민과 다투는 정치'는 하책
한동훈, '한남동 라인' 정조준

[박규완 칼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지난 10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련한 발언이다. 한동훈의 이 말에 '친윤'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었다. "여론 재판을 열자는 것인가. 김 여사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게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윤상현 의원). "도이치 사건이 국민감정에 따라 여론 재판해야 할 사건인가. 법리에 따라야 한다"(강승규 의원).

여론 재판? 한 대표 발언의 행간을 읽지 못한 왜곡이자 국민을 중우화 하는 자의적 해석이다. 이럴 땐 의역(意譯)이 필요하다. 행간에 녹아있는 의미까지 아우르면 "'용산'의 압박에 휘둘리지 말고 법리와 원칙, 형평성에 입각해 소신껏 기소·불기소를 판단해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친윤'은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지레 '기소'로 예단했다. 하기야 여론조사도 그런 기류를 투영한다. 국민 65%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찬성했고, 특검법 국회 재표결 부결 결과엔 60%가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NBS 전국지표조사).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2년 동안 탈탈 털어도 나온 게 없다". 대통령실과 '친윤' 의원들의 한결같은 김 여사 방어기제다. 한 점 위법이 없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묻는 기소를 왜 걱정하나. 아무려면 법원이 없는 죄에 형벌의 덤터기를 씌울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단발성이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종점 이전, 총선 공천 개입,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특혜, 논문 표절 등 광범위하고 중층적이다. '친윤'이라도 이 모든 의혹을 그냥 덮자는 억설(臆說)은 삼갈 것이다. 어설픈 눙치기나 면죄부는 민심을 악화시킨다는 게 우리의 경험칙이다. "특검은 불가하다" "검찰 기소도 안 된다"고 하면 국민이 수긍하겠나.

명태균의 입도 김 여사의 뇌관이다. 그의 허세와 구변, 카톡 메시지의 휘발성은 종잡기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든 변곡점이 필요하다.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김건희 비선을 정조준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사 라인'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정치권엔 실명 리스트가 나돈 지 오래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를 언급하는 한 대표가 차별화와 배신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의 발언엔 대개 '국민'이 등장한다. "국민이 납득" "국민의 우려"…. 이 '국민'이 한 대표의 배신 프레임을 깰 동력이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편에 '제일 잘하는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가는 정치, 그 다음이 국민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정치다'라고 기술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치는 셋 중 어느 지점에 있을까. '국민과 다투는 정치'에 가까울 듯하다. 윤 정부의 국정운영은 국민여론에 맞서는 형국이 많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서부터 채 해병·김 여사 특검법 거부까지 자주 민의를 거슬렀다. 여론을 따른 사례는 KBS 시청료 분리 징수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후 대통령실 참모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론 말과 행동이 다른 '말따행따' 행보였다. 절대왕정 시대, 유럽에 계몽사상을 전파한 루소와 존 로크는 "국가는 국민을 위한 존재"라는 아포리즘을 남겼다.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지 않겠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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