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부동산경기 침체' 이중고 겹쳐
경북동해안지역 상호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고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해 건설업과 부동산업 관련 기업 대출 부실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16일 발표한 경북동해안지역 105곳의 상호금융기관(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운영현황 및 건전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총여신(대출) 가운데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여신의 비중으로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이며, 비율이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
포항·경주시·영덕·울진·울릉군 등 경북동해안지역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의 경우 2023년 말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49%로 2020년 말 대비 2.05% 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포항·경주시, 영덕·울진·울릉군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도 악화했다. 특히, 경북동해안지역 전체 새마을금고 여신액의 67.7%를 차지하는 포항지역 새마을금고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22년 말 2.44%에서 2023년 말 5.37%로 2.94% 포인트 급등하는 등 자산 건전성이 매우 악화했다.
주택 수요 부진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함에 따라 건설업 등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경북동해안지역 내 경제 규모가 가장 큰 포항의 부동산 경기는 크게 악화했다. 2022년 1월 이후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전국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도 외지인 매입 비중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중이다. 통상적으로 외지인의 주택 매입 비중은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를 판단하는 선행지표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 김현호 조사역은 "최근 포항지역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지역 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관련 대출의 부실로 이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가 총자산을 이용한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은 0.18%로 2022년 말(0.42%)보다 0.25% 포인트 하락했다.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순이익률도 2023년 말 기준 0.23%로 2022년 말(0.43%)보다 0.20% 포인트 하락했다.
신용사업 부문(금융)은 대체로 이익 수익을 중심으로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상호금융기관이 영위하는 경제사업을 포함한 비신용사업 부문(농협의 농식품 판매·수협의 수산물 판매·산림조합의 임산물 유통·신협 복지사업)은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현호 조사역은 "지역 부동산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업과 부동산업 관련 기업 대출이 추가로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상호금융기관 의존도가 높은 경북동해안지역에서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상호금융기관들의 건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